염미정과 구 씨의 ‘추앙’에 대하여
이 사회 속 삶은 고단하고, 지루하고, 지치고, 아플 때가 행복한 순간보다 어쩌면 훨씬 많다. 썩 쉽지 않은 세상살이 속에서 차가운 어둠 속 한줄기 따뜻한 불빛이
되어줄 무언가가 있다면 그 누구든 붙잡고 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온기가 되어줄 무언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각보다 쉽게 착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누군가에게서 혹은 어디에선가 제공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구석구석 뒤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며 그것은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받음으로써’가 아니라 ‘줌으로써’ 해소되는 것. 극 중 염미정은 구 씨에게 자신은 한 번도 채워진 적 없으니 자신을 추앙하라고 한다. 삶의 의지란 찾아볼 수 없던 구 씨를 구제하고자 던졌던 말. 살아갈 힘을 구 씨에게 쥐어준 당찬 염미정의 한마디다. 언뜻 보면 그저 사랑받고 싶음에 내뱉은 말로 보일 수 있으나, 그건 염미정 역시 삶에 큰 의지를 잃어가던 중, 자신 역시 조건 없이 구 씨에게 온마음을 다해 사랑을 내어 주려 마음먹고 제안했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를 향해 조건 없이 ‘추앙’ 할 수 있는 ‘주체적인 마음’, ‘향해 다 내어주는 사랑’이 삶에 대한 의지로 돌아오는 듯하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이기에 온 마음을, 온 사랑을 준 적이 나는 있었던가. ‘나의 해방일지’는 이후 가장 감명 깊고, 충격적이면서도, 큰 자극을 받은 인생 드라마가 되었다.
받으려고 하지도 말고, 바라지도 말고, 강요하지도 말고 그저 사랑을 퍼부어 주는 것이다,
내 온 마음 가득.
사랑을 하고 싶어졌다.
추앙을 하고 싶어졌다.
삶을 좀 더 살아보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