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에게 꼭 필요했던 단 하나의 규칙

by 나와뜨리들

주말부부를 하면서 우리는 꼭 필요한 말만 했다.


이번 주는 누가 이동하는지,

생활비는 언제 보내는지,

아이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생활은 정확하게 굴러갔다. 빠짐없이 그리고 실수 없이.

그 대신 감정은 빠졌다.


돌이켜보면 시작은 훨씬 전이었다.

첫 아이를 낳던 날에

열여섯 시간 진통 끝에 분만실에서 아이를 안았다.


나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기다리던 아이였고, 드디어 만난 존재였다.


그런데 남편의 표정은 심각했다.

기뻐하는 기색이 거의 없었다.

그 순간 많이 서운했다.

왜 나처럼 기뻐해 주지 않지?


나중에야 알았다.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먹여 살릴지에 대한' 생각으로

남편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기쁨보다 책임이 먼저였던 사람이다.


그는 늘 말이 적었고

내가 기대하는 반응을 바로 해주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날 나는 묻지 않았다.

섭섭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이해하려 했다.


어쩌면 그때부터였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괜찮다고 넘기는 습관이 시작된 것은.


주말부부 생활이 길어 질수록 그 습관은 더 단단해졌다.

직장에서 힘들었던 하루나

혼자 아이를 재우며 울컥했던 밤에도

연락이 늦어 괜히 서운했던 순간마저도


“괜찮아.”

“별일 아니야.”


떨어져 지내는데 굳이 감정까지 흔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짧은 만남을 감정 정리로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안으로 들어가 쌓였다.


어느 날에 사소한 일로 크게 다퉜다.

전화 한 통이 늦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말끝에 이런 문장이 나왔다.


“나는 항상 혼자인 기분이야.”

“당신은 내가 어떻게 사는지 몰라.”


그건 그날의 감정이 아니었다.

그동안 괜찮다고 넘겨버린 마음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었다.


그때 알았다.

주말부부에게 가장 무서운 건 거리가 아니다.

괜찮다고 넘겨버린 마음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주말부부에게 꼭 필요했던 단 하나의 규칙은 이것이다.


괜찮다고 넘기지 않는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따지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때는 조금 서운했고 그래서 그런 반응이 필요했노라고.


오늘은 조금 힘들었다고 짧게라도 남기는 것.

완벽하게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다.

대단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을 미루지 않는 것.


주말부부에게 꼭 필요했던 건

대단한 약속이 아니었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괜찮다고 덮어두지 않는 것.

그 한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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