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는 말이 아직 남아 있던 시절

by 나와뜨리들


남편은 요즘도 역술이나 무속에 관한 유튜브를 즐겨 본다.
흥미로운 이야기일 때면 나도 가끔 귀를 기울이지, 그렇다고 맹신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남편이 무속 이야기를 할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 사람은 꽤 진심이구나.'


주말부부 시절 이야기가 화두에 오를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남편은 늘 그날의 길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진짜 그때는 간담이 서늘했다니까. 군위에서 부계를 가로지르는 국도를 달릴 때 말이야. 주위는 캄캄하고 안개는 뿌옇게 시야를 가리고, 한 시간 넘게 달려도 지나가는 차 하나 없고. 길 옆 가로수들이 양쪽으로 쭉 서 있는데, 마치 앞뒤로 나를 따라오는 것 같더라니까. 그땐 내가 어떻게 그 길을 다녔나 몰라.”


모처럼 토요일 휴가를 내고, 금요일 저녁 자동차로 출발해 아들과 나에게 오던 날의 이야기다. 그렇게 도착한 남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고, 어딘가 살짝 얼이 나간 듯한 표정도 섞여 있었다.


그날도 통화는 짧았다.


“출발한다.”

“보고 싶어. 빨리 와. 그래도 운전은 조심해.”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우리는 집 전화나 공중전화로 통화를 했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부터 다시 만날 때까지, 꼬박 네 시간은 늘 걱정과 지루함이 뒤섞인 시간이었다.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길이 막히는지조차 짐작해야 했다. 사고는 나지 않았을지, 피곤함에 졸지는 않을지. 괜한 상상을 하다 보면 마음이 먼저 지쳐버리곤 했다.


나는 방을 치웠다.
지저분하던 것들을 정리하고, 미리 준비해 둔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음식을 했다. 손은 분주하게 움직이는데도 이상하게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시계 초침 소리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누가 보면 견우와 직녀가 따로 없던 시절이었다.
다만 우리는 은하수 대신, 자동차가 달려오고 있을 도로 어딘가와 낯선 지명 이름들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떨어져 있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보고 싶다는 마음은 더 커졌고, 그 마음을 당장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외로움을 더 깊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시절의 ‘보고 싶다’는 말은 쉽게 꺼내지 못한 만큼, 오래 마음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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