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사소하게 싸우는 이유

by 나와뜨리들

시골에서 자란 2남 2녀 중 장남인 남편이 자주 하던 말이 있다.
“택도 없는 소리.”
경상도 억양을 실어 짧게 말하면, 괜히 듣는 사람은 기가 죽고 괜시리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만큼 자기 확신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장남으로, 아들로 존중받으며 자란 시간이 만든 태도였을 것이다.


주말부부가 되었다고 남편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사람은 자라온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장녀였지만 공부와 직장 생활로 집을 떠나 지내는 시간이 길었다.

그만큼 집안일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밥 짓는 일도 집안 살림도 늘 서툴렀다.

각자의 성장 배경은 결혼 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네 시간을 달려온 남편은 미리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들과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그의 얼굴에는 일주일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듯한 웃음이 담겨 있었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보상받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현실의 부부가 되었다.


주말부부의 다툼은 늘 아주 사소한 데서 시작되었다.

말로 꺼내기엔 애매해서 그냥 넘긴 감정들이었다.

아이를 돌보며 서툰 저녁을 준비하면,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 밥을 먹고 잠들었다.

그날 밤, 싱크대에 남은 설거지와 뒤집힌 양말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갈등은 사랑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말에 대해 우리가 그리는 그림이 달랐기 때문이다.
남편은 쉬고 싶었고 나는 도움을 기대했다.

둘 다 틀리지 않았지만,

말로 나누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각자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기만의 속도와 규칙도 생겼다.

사소한 생활 습관들이 함께 있으면 성격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미뤄둔 서운함은 어느 날 아주 작은 말 한마디에 터져 나왔다.

"그냥 당신이 하면 안돼?"


그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싸우지 않으려 애쓰기보다는 마음을 조금 더 꺼내 보여도 괜찮았다고.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도, 주말에 도움받고 싶은 마음도 모두 소중하다고.


지금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완벽하게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대신 조금 더 다정하게, “고생했어”라는 말 뒤에

“나는 이런 마음이야” 하고 천천히 이야기해 보라고.

그러면 사이는 서서히 다시 온기를 되찾게 된다.




이전 05화거리보다 더 멀게 느껴지던 감정의 시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