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
조용했던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남자의 행동을 질책하는 듯한 어감. 뭔가 착각을 해서 계산을 잘못했나 보다. 남자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주변이 조용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여자의 말소리가 커 등을 돌려 보니 남자의 손에는 약봉지가 맥없이 들렸다. 남자의 등짝도 어설프다. 어디 가 아픈 걸까. 아픈 남자를 '보호'해야 할 여자는 쩌렁쩌렁하다. 그간의 치료와 약 값으로 걱정이 큰 탓일까. 아니면 남자에 대한 큰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환자'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돌려 말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직접 대놓고 말할 일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달리 말을 건네고 들어줄 수 있다면 원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 까놓고', '계급장 떼고 이야기하자'는 식은 처음은 화끈할지 몰라도 뒤는 맑지 못하다.
사람 아픈 일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사람아, 사람아.
아직 그리 큰 병 없이 지낸 탓에 잠시 나의 몸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만 내 몸도 그리 녹녹치 않다. 달리는 일이 쉽지 않다. 헉헉 거린다. 꾸준함을 이길만한 것이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서서 가도 좋은 때는 이미 지나고 빈자리 없는지 두리번거리다 자리 하나를 두고 젊은이들과 눈치를 다툰다. 짐이라고 들고 있을 때는 어디 선반도 없는 지하철에서는 내려놓기도 만만치 않다.
신문 헤드라인은 연일 대기업들이 인재 채용 몇 십만을 한다는데 다른 한 쪽은 80만 원,, 100만 원 월급 받아서 학자금 대출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청춘들을 보도한다. 계획만 있고 실천은 없는 사회를 탓하겠는가. 아니면 그러한 현실을 깨고 나가지 못하는 용기를 탓할까.
자리를 나누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리는 비어 주지도 내어주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사기’다. 서로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속고 속이며, 속은 척해 주고 다시 되갚아주는 부도덕 재활용의 시대를 산다. 신문은 돈 있는 기업의 광고로 유지를 하고 기업은 광고로 기업 이미지를 그렇게 세탁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시대를 이미지에 갇혀 산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감동을 느껴주세요.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보세요. ‘이 대학에 그런 것은 없어요. 늘 봐오던 것뿐이에요. 낡은 것뿐이에요’하고 말하지 마세요. 새로운 것을 봐야만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유치원생이 저쪽에서 열심히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감동할 거리를 찾아보세요. 그런 사람이 되면 마음에 그다지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것, 귀한 것, 비싼 것, 누구나 좋아할 만한 것에서 감동을 찾지 말고 모두가 놓쳐 버릴 것 같은 데서 감동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바랍니다.”
-201페이지, 사람으로서 소중한 것(21세기북스) 중에서
삶은 과장된 이미지에 가려 사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