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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과 나쁜 일

김규항의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by 길윤웅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는 법이지만, 좋은 일엔 반드시 나쁜 일이 수반되고 나쁜 일에 반드시 좋은 일이 수반된다. 그리고 사람은 대개 좋은 일에 수반되는 나쁜 일을 통해 좀 더 나빠지며, 나쁜 일에 수반되는 좋은 일을 통해 좀 더 좋아진다."

19쪽,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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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생기면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이 함께 뒤에 숨죽여 기다린다. 이것을 꺼내놓고 싶지 않지만 어떻게든 이 일이 일어난다. 호사다마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좋은 일에는 마가 뀐다고 해석할 수 있을까? 좋은 일을 막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볼 줄 아는 눈과 마음이 있다는 것은 보통 사람은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이를 보지 못하고 눈치채지 못하나. 가지 말아야 할 곳과 가야 할 곳을 구분하지 못한다. 꼭 가야 할 자리가 있지만 가지 말아야 할 자리도 있다. 가지 않아도 될 자리에 가서 화를 당하고 오는 일들이 있다. 좋은 일에 사람들이 많이 모으면 다투는 일도 또한 생긴다.

내 초등학교 시절의 한 기억 속에는 아버지가 축구공을 사주겠다고 해서 얼마면 되는지 알아보라고 하셨다. 며칠을 졸랐던 일이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시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시장 안에서 도로로 튀어나온 어린이와 부딪히는 일을 당했다. 자전거를 두고 갔는지 갖고 다시 집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오라고 해서 다시 집에 가서 내가 벌린 일을 말씀드렸다. 다행히 큰일은 아니었지만 내 공은 그렇게 사라졌다.

직장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의 일 가운데도 그런 일들이 있다. 다만 더 강하게 남는 일이었다. 처음 겪는 일이기도 했거니와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왔다 갔다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삶의 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가볍게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생각이 그때부터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무거운 것도 문제다. 그래서 중용을 지키며 사는 일이 보통 사람으로서 가능한 일이기는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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