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어떻게 일 할 것인가
영화 <공각기동대>를 만든 영화감독 오시이 마모루가 쓴 <철학이라 할 만한 것>에는 영화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책 안에서 그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자신이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고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고백한다. 책 속에서 내가 받은 인상적인 부분은 사람과 사이에서 관계를 맺고 끝내는 방식이다.
일을 하는 것이 결국은 계산에 의한 것이니 감독으로서 스태프들이 자신의 일을 잘 도와 잘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 역시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눈치 보지 않고 해내면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사실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근로기준을 정하고 나름대로 영화작업 현장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한다고는 하지만, 촬영스케쥴을 맞추기 위해 밤샘 작업을 해야 하는 일이 다수다. 그렇다고 거기에 맞는 제대로 된 보수를 받는 것도 어렵다.
좋지 않은 영화제작 환경 속에서 일하는 스태프의 노동환경 고발에 따라 개선을 위한 방안이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환경이 그렇게 녹녹지 않다.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갈 만한 시간도 부조한 상황에서 야간에 일하는 부서원을 위해 미안한 마음에 저녁이 될만한 음식을 사오고는 했다. 지금은 야근을 하는 것도 금지하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켜야 하는 시대지만. 어쨌든 당시 그렇게 하는 나의 그런 행동이 조금은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길 바랐다.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미안함을 그렇게라도 보답을 해주고 싶었다. 내 마음과 달리 직원들은 야근하기보다는 빨리 일을 마치고 집으로 혹은 약속 장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 밥을 먹은 만큼 시간은 더 늘어지고 일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이 반가운 게 아니었다. 그러니 그렇게 준비해 온 간식이 그렇게 맛있게 먹힐 리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 일을 시키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부서장으로 혹은 관리자로서 부서원들이 자신의 일을 능동적으로 일을 해야 할 이유와 목적을 주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하기도 한 듯하다. 야식을 배달해주는, 이렇게 잘해주는 데 왜 능력껏 일을 다 해주지 않는가에 대한 생각도 컸다. 직원들이 생각하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일의 시작과 끝을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날이 더 많았다. 나는 이렇게 잘 해주는데 왜 그런 생각을 갖는지를 이해를 못했다. 결과는 어떻게든 나오기는 하지만 피곤함이 묻어 있는 결과다.
일을 한다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과제일 뿐이다. 사람이 얽히면 일이 풀리지 않는다. 조금 더 유연한 생각이 필요하다. 나에게 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도 그만큼 득이 되는 일이 되어야 일은 좀 더 속도감을 갖고 마칠 수 있다. 상대가 바라는 목적을 함께 이룰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때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조금은 다른 길로 갔을 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담고 산다.
"나는 나에게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는다. 나와 함께 일을 하는 스태프들도 각자 좋은 결과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들은 그들 나름의 계산에 따라 내 일을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나와 함께 일을 하면 조금이나마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 싶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내 밑에 두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로 맺은 관계는 반드시 끝나는 날이 온다. 존경이나 공감 같은 동지적 결합으로 그들의 발목을 붙잡으려는 생각은 없다."
179쪽, <오시이 마모루가 바라본 인생과 영화-철학이라 할 만한 것>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