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상대의 말을 들어라

서른두 번째-듣기 싫은 말도 일단 들어봐라

by 길윤웅

상대가 말을 걸어오면 들어야 한다. 참작을 해야 한다.

듣기 싫은 말도 들어야 한다. 걸러 들어야 한다.

좋은 뜻으로 들어야 한다. 여기서 많이 꼬인다.


내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들으면 일단 화부터 난다. 뭔가 더 트집을 잡고 싶고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그러면 좋은 말이 나가지 않는다.


모르는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지 하는 동안,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다시 또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해서 속으로 '누구지, 이렇게 두 번이나 전화를 하'게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전화가 다시 끊겼다. 그래서 일단, 짧게 "무슨 일인가요"라는 문자를 남겼다. 그 문자에 답이 왔다. 급하게 찾는 거면 답이라도 오지 않을까 했는데 답은 없다. 그렇게 10여 분 후 전화를 걸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어디신가요?"

"차 빼주세요?"


나는 앞좌석에 내 번호를 남겨놓지 않았다.


"무슨 차요?"

"싼타페 아닌가요?"


신기하다.


"어디인데요?"

"그걸 왜 물으세요?"

"어딘데, 차를 빼 달라고 하냐고요?"

"젓갈집 앞에 차 세워놓지 않았냐"


이건 100% 아니다. 반격의 기회가 왔다.


"어디다 전화를 한 거냐"

"5738 아니냐"


네 자리 숫자 중 하나가 틀렸다. 그래서 내게 전화가 온 것이다.


"아니다, 번호 똑바로 보고나 전화해라"


장사하는 집 앞에 차를 누군가 세워놓았는데 차를 빼 달라고 하는데 전화도 안 받고 하니 열을 받은 것 같다. 그러니 전화번호가 제대로 읽힐 리 있겠나. 그렇다고 차주가 번호를 잘 못 쓸리는 없지 않나. 남의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번호를 다른 번호로 적어 놓았다면 그건 더 양심 없는 일이다. 번호를 잘 못 읽었다. 그리고 화가 나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더 흥분된 상황이 아니었을까.


전화를 끊고 나서 내 마음을 돌아봤다. 차분하게 응대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상대가 그렇게 나온다고 퉁명스럽게 대할 일이 아니었나 싶었다. 차분하게 들어보고, 상황을 파악한 후, 그냥 조용히,


'저는 그곳에 차를 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번호는 그 번호가 아닙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


이렇게 했더라면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그 말이 듣기 싫어서 먼저 반박부터 하고 싶다. 말이 나오면 막기 바쁘다, 무슨 말이냐고 따지려고 한다. 나의 잘못을 돌아보게 하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상대다. 다투지 않을 일도 마음을 상할 일도 없다. 작은 일을 크게 키우는 습성을 버려야 마음이 살아난다.


사람의 마음이 꼬이면 되는 일이 없다.


살면서 누구가 잘못 해석할 수 있다. 오해할 수 있다. 오독할 수 있다. 그래서 말하기 전에 돌아봐야 하고 들은 말도 잘 해석해야 한다. 그게 서로서로 좋은 일이다. 상대의 실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아직 부족하다.


'네가 잘 났니, 내가 잘 났니?'


둘 다 똑같다.


몽테뉴 수상록에 이런 말이 나온다.


patch-3342640_1920.jpg


"누가 내 말에 반대하면, 나는 화가 나기보다는 주의력이 환기된다. 나는 내 말을 반박하며 깨우쳐 주는 사람에게로 마음이 이끌린다. 진리의 원칙은 이 사람에게나 저 사람에게나 공통되는 원칙이라야 할 것이다."-149쪽, <몽테뉴 수상록>(문예출판사)


누군가 내가 해 놓은 일을 두고서 자기 쪽에서 한 것이나 별 다르지 않다고 말을 했다. 별 차이가 없다고 말을 하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왜 그런지를 묻는 게 순서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고치고, 상대가 원하는 방향대로 일을 해주면 별 탈이 없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된다. 반박을 하게 되고 차이를 주장한다.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은 고마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