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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Oct 20. 2021

휴식은 좋은 생각의 출발

책으로 만나는 세상

나는 책 선물이 반갑다. 최근 한 지인이 한 권도 아니고 세 권을 택배로 보냈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보낸 사람 취향인지, 아니면 나를 위한 선택인지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복잡한 수식이 들어가지 않은 거라면 나는 좋다. 그림이 들어가 있는 거라면 더 좋다. 내가 받은 것은 북유럽 지역 화풍을 소개하는 것과 마음 위로를 전해주는 미술작품이 들어 있는 책이다. 나머지 한 권은 글이 가득 들어 있다. 


언제 읽나 싶을 정도로 글이 가득한 책은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쓴 <나는 고양이로소다>이다. 이미 오래전에 구입을 해서 내가 갖고 있는 책이지만, 읽지 않은 책이다. 다른 출판사 책이어서 다행이다.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 세상 이야기다. 지구상에 인간 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 모든 기록의 관점은 인간 중심이다. 말을 하고 문자를 다루는 인간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담은 기록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영국에서 유학하기도 했으며, 신문사의 전속작가로 활동했다. 그가 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사후 100년이 흐른 지금 읽어봐도 시간의 간극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고양이의 눈을 통해 우스운 인간 행동을 고발한다.


고양이는 자신의 눈동자만큼이나 끊임없이 변하고, 병을 걱정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겉과 속이 다르게 오기를 부리는 주인을 지적한다. 첫 문장은 다음 문장의 호기심을 불러오며 두꺼운 쪽수를 부담 없이 읽게 만든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멈추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잠시 웃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문장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게 만든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렵지만, 책 속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인간 군상의 틈에 끼어 들어간다. 나는 고양이 주인의 방 한 쪽에 앉아, 그를 찾아온 손님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발목 잡힌 듯한 현실, 하는 일 없이 조바심만 커진다. 사람과 대면 경험이 어려운 현실이라면 비대면 독서는 새로운 경험을 위한 좋은 대안 중 하나이다.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책 <유시민의 공감필법>에서 독서를 가장 좋은 공부법으로 꼽았다. 일을 제대로 꾸려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독서로 위안을 삼는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읽고 있는 '이 시국에 독서라니'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게 독서는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통로다. 독서는 공부이면서 휴식을 위한 도구이다. 더 멀리 가기 위한 휴식은 생각의 좋은 출발이다. 막힌 길이 있으면 열리는 길도 있다. 2021년 새로운 길을 찾아 다시 일하기 위해 오늘은 쉬자. 


“휴식은 만물이 하늘에 마땅히 요구해야 할 권리다, 이 세상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움직이는 자는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가령 신이 있어 너희는 일하기 위해 태어났지 잠자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는 그 말씀대로 일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므로 일하기 위해 휴식을 원하는 거라고.”


257쪽,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에서(현암사 간, 초판 15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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