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세상
코로나19 이후 어떤 삶을 마주 할 수 있을까? 퍼머컬처(Permaculture) 일러스트레이터 브레나 퀸란(Brenna Quinlan)은 코로나19 이후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을 선보였다. 작가는 이 그림에서 코로나19 이전에 누려왔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기보다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삶의 방식대로 산다면 가까운 장래에 또 다른 코로나와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불과 폭우로 인한 재난 뉴스를 매일 보고 있다. 미디어는 재해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끝없는 소비촉진을 위해 인간이 근접할 수 있는 어디든 들어가 저렴한 노동력과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가용 가능한 자원을 다 끌어모으고 있다.
사람은 보지 못하고 오직 돈을 바라본 세상의 결과가 어떤지 목격하면서도 가까이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외면한다. 옳지 않은 길이라도 남이 가는대로 산다. 왜 그럴까. 얼마나 가까이 와야 현실로 받아들일까. 이상 신호들이 울리지만, 문제로 보지 않는다. 얼마 전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은 초기 진압이 빨랐다면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화재 감지 장치가 화재를 인식하고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누가 신호를 외면했는가.
아무리 좋은 장치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창의적인 사고력 향상을 위한 교육 붐이 일고 있지만, 이 교육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또 다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의 일환은 아닌가. 누군가를 누르고 올라서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협력과 공생을 위한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의 전환을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이 교육이다. 교육은 그러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지금까지 받은 교육은 어떤 교육인가. 우리나라가 비교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7월, 한국을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선진국으로 옮겼다. 지위는 옮겨졌지만 실상 속사정은 어떤가. 노인 빈곤율이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상위에 올라있다. 이것이 선진국이 갖춰야 할 조건인가?
“합리적인 시민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은 없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협상과 타협의 태도가 몸에 밴 시민이 대한민국을 가장 살기 좋은 선진국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37쪽, <눈 떠보니 선진국> 중에서
그럼, 합리적인 시민을 키워내면 다 되는 것일까. 합리적인 시민은 어떤 시민인가. 이 책의 저자 박태웅은 이 책에서 "상대의 얘기를 제대로 경청한 뒤 토론하고 합의안을 찾는 것, 타협하는 법이 우리의 교육에는 빠져 있다"고 언급했다. 저자는 합리적인 시민은 "무턱대고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무엇'과 '왜'를 물어야 한다. 언제나 문제를 정의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받아 온 교육은 어떤 교육인가. 이에 대해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받은 교육은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것이었습니다. 군사문화의 잔재가 깊게 배어 있는 교육이었고, 인권을 경시하고 끊임없는 경쟁과 희생을 강요하는 교육이었습니다. 사실 그것은 교육이라기보다는 '반교육'에 가까웠지요. 이런 반교육, 파쇼 교육의 잔재가 지금도 우리 내면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95쪽, 김누리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중에서
이런 교육을 받은 세대가 정치를 하고 사회 각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생각을 제대로 펼치는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생각만 옳다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미래는 결코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간 받은 특혜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이 굴레를 빠져나올 수 없다.
교육 현장에서 멋대로 싸우고 욕을 하며 떠들어대는 싸움꾼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사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시민을 키워내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이라는 지위를 얻었지만, 타인의 삶과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 불행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