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세상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상한 일상이 평범한 일상이 됐다. 코로나 이후 시간을 어떻게 살지 준비하라는 메시지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나온다. 종종 만났던 사람들과는 시나브로 연락이 줄었다. 위드코로나 시대가 되면 달라질까.
일 때문에 사람들과 약속 날짜를 정하고 만나는 것도 줄었다. 이메일과 전화로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차 마시며 하자는 것도 민폐다. 만나서 하면 금방 끝날 일을 온라인으로 하려니 쉽지 않다. 코로나가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어떤 면에서 새로운 편리함을 준다. 다른 일과 겹칠 때 온라인으로 두 가지 일을 볼 수 있다. 데스크톱으로 줌(Zoom) 미팅을 하면서, 다른 모니터에는 파워포인트를 띄어놓고 제안서를 만든다. 제대로 집중하기 어렵지만 그렇게 지내는 일이 익숙해졌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안 좋은 일을 괜찮은 상황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은둔의 삶을 추구한다. 음식과 여행으로, 새로운 일로. 그냥 주저앉아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오려는 사람이 있다. 기회는 그런 사람이 만든다.
부탁받은 일이 다른 것과 겹쳐서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았었다. 내가 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겨주려고 했다. 코로나 단계가 격상하면서 일정이 조정이 되고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됐다. 부탁받은 일을 두 가지 모두 진행할 수 있었다.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됐다.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준비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됐다. 몇 가지 일이 그런 식으로 조정이 되면서 빈 시간을 그래도 채워나갈 수 있었다.
주인공과 엑스트라가 따로 없는 인생 무대에서 각자의 재능대로 살아간다. 그 속에서 빛나는 삶을 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도 있다. ‘운수 좋은 날’을 맞기 위해 각자 주어진 삶을 빛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기에 비난할 일도 없고 비난받을 일도 없다.
현실은 어떤가. 자신이 상대를 그렇게 겸손하게 대하고, 상대로부터 존중받으며 사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 질문이 곧 답이다. 생각은 흘러야 하고 사람도 흘러야 한다. 인위적으로 막거나 멈추게 한다면 엉뚱한 곳에서 터질 수밖에 없다. 해결방법을 알면서도 득실을 따지는 일이 먼저다.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주변을 긁는 일로 바쁘다. 지금 대선 후보들의 모습을 보자. 어디를 긁고 있는가를. 국정감사장의 여야 의원들의 못브을 떠올려보자.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어떤 신호를 보여주고 있는가. 그들은 피로 사회 속 일상 회복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있는가.
집중이라고 하면 양궁만큼 집중해야 할 일이 있을까 싶다. 선수는 10점을 쏘기 위한 그 짧은 시간 안에 호흡과 활을 놓는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양궁에서 도쿄올림픽 3관왕 선수가 나왔다. 우리나라 국가 대표 선수 선발 과정이 대회만큼 치열하기에 올림픽 양궁에서 오래도록 우리나라가 메달을 가져오고 있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한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지만, 한국 선수 벽을 넘지 못한다.
파울로 코엘료가 ‘아처’라는 제목의 소설을 냈다. 양궁에 관한 이야기이다. 양궁은 인생이다. 활과 화살을 통해서 인생을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취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양궁은 자신과도 싸우는 일이지만, 파울로 코엘료는 이 책에서 함께 하는 사람, 동료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안에서 나오는 힘만큼 밖에서 내 안으로 들어오는 힘도 중요하다.
경기방식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양궁은 점수가 높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이다, 한 발 한 발을 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순간이나 긴 시간이 담긴 화살을 누가 더 가운데에 쏘는가에 승패가 갈린다. 활의 탄력과 회복력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양궁을 통해 인생 삶을 돌아본 책에서 오늘 나는 어떤 사람을 내 안으로 불러들이고 있는지를 생각해봤다. 달라지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한다. ‘갇혀 있는 사람’ 말고 방향을 바꿀 줄 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활을 만든 나무처럼 유연하고 길 위의 신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라.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만나거나 더 나은 기회를 포착하면 주저 없이 방향을 바꿀 줄 아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물과 같은 속성을 지녔다. 바위를 돌아 흐르고,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때로는 텅 빈 구덩이가 가득 차도록 호수를 이루었다가, 넘치면 다시 흘러간다. 물은 제가 가야 할 곳이 바다임을, 언젠가는 바다에 닿아야 함을 절대 잊지 않기 때문이다."
-41쪽, 파울로 코엘료의 <아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