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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Nov 16. 2022

오늘도 후회하셨습니까?

다니엘 핑크의 <후회의 재발견>

길을 걷다, 차를 마시다 불현 듯 어떤 순간이 떠오른다. 기쁨의 순간보다는 결말이 매끈하지 못한 께름직한 ‘현장’이다. 뭔가 잘해보자고 했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던 일을 돌아본다. ‘내가 그때 좀 더 세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그 자리에서 화를 냈을까’


사람마다 후회의 크기도 다르고 깊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온라인 줌 미팅 시작하면서 상대방 가상배경과 옷차림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어색한 분위기를 없앤다고 한마디 했다. “배경하고 옷차림이 잘 어울려요”라고 말하자, “우리가 아직 그럴 만한 이야기를 할 건 아니지 않냐”라는 말이 돌아왔다. 아차 싶었다. 다른 말을 더하지 못했다. 


나는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즉각 바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상대를 생각해 그냥 넘겨주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받아준 사람들 마음에 상처를 낸 일은 얼마나 될까? 


다른 부서 동기들과 다르게 나는 같은 팀으로 발령받은 그에게 친절하게 행동하지 못했다. 동기로서 협력해서 일했다면 더 즐겁게 지내지 않았을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그에게 좀 더 친철하게 대해주고 싶다. 언젠가 동기들 모임에서 그가 나에게 ‘그때 왜 나한테 그랬냐’라고 물었다. 답변이 궁색했다. 돌아보면 넓지 못했던 옹졸한 내 마음 탓이다.


지금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다. 대표가 나에게 홍보 업무를 제안했다. 나는 뭐가 잘나서 그랬는지 미지근한 답을 했다. 다니던 회사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이제 틀을 잡는 회사보다 뭔가 이제 결실을 낼 것 같은 회사가 더 낫지 않았을까. 지금은 비교할 수 없는 처지다.


왜 그때 좀 다른 답을 할 수는 없었을까. 후회하면 연달아 다른 생각들이 따라온다. 후회가 내 생각을 파고들 때 마음이 불편하다.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의 <후회의 재발견 The Power of Regret>이 눈에 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선택하지 못했던 일을 후회하지만 나는 그 대신 다른 기회를 잡았다.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을 많이 누렸다. 미처 갖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보다는 다른 기회를 얻은 것에 마음을 돌렸다. 후회가 불편하지만, 그것이 나를 더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니엘 핑크가 그런 생각에 힘을 보탰다. 


마찬가지로 후회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면, 무겁게 짓누르는 마음의 짐이 아닌 날카로운 창이 된다. 깊은 상처를 주지만 금방 사라지는 후회는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해주고 정서적 건강을 가져다준다. 억압된 후회는 우리를 짓누른다. 하지만 후회가 날카롭게 파고들면 정신이 고양된다.

-88쪽, <후회의 재발견> 중에서


나쁜 것 속에 좋은 것이 들어 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후회하는 일 속에 더 좋은 기회가 들어 있다. 결핍이 ‘인생 자산’이라고 말한 작가도 있다. 자신의 결핍된 삶을 돌아보며, 후회도 자산이라고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다니엘 핑크는 후회는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후회로 마음 잡는 일이 어렵다면 다니엘 핑크 조언은 마음은 가볍게 해줄 것이다. ‘후회는 우리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후회는 인간의 특권이고, 후회가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든다’라는 그의 말이 지친 하루에 힘을 모으게 한다. 오늘도 후회하셨습니까?


“우리의 인지 장치 중 적어도 일부는 단기적으로 우리를 안정시키기보다 장기적으로 우리를 지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는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속상해하고 후회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미래에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73쪽, <후회의 재발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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