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거대한 전환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일어나는 변화를 나는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일까 봐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영상과 책을 뒤져보지만 이미 그만큼 새로운 이슈들이 쏟아진다. 도대체 지금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새로운 서비스와 챗GPT 플러그인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내게 ‘AI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 싸움의 승자는 AI가 될 것으로 본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술이 나오면서 마지막 단계는 인공지능 스스로 진화하는 모델까지 나오지 않을까. 어느 시점에서 인공지능들끼리 모종의 협력을 통해 인간 삶을 위협하는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지 위험한 상상도 해본다. 더불어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에 힘입어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는 일도 의미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김지민과 백선환이 쓴 <챗GPT 거대한 전환>이라는 책 속에 ‘리셋 모먼트’라는 나온다. 혁신 기술로 인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오는 데 이를 리셋 모먼트라고 한다. 변화할 기회를 눈치채지 못하면 도태되겠지만, 새로운 변화를 감지한다면, 흐름에 따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인터넷의과 스마트폰의 등장이 리셋 모먼트의 순간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찾아온 인공지능은 이와 맞먹는 리셋 모먼트의 순간일까.
물의 흐름이 변할 때 배의 방향도 그에 따라 변경되어야 한다. 기존 방식을 고집한다고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인생 항해사는 우리 자신이다. 인공지능의 물결이 삶의 방식에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종이책 디자이너들의 업무에 변화가 일어났다. 어떤 이는 웹 디자이너로 직업군을 전환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줬다. 특정 직업군에 해당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찾아온 인공지능은 ‘판’의 규모가 다르다.
인공지능이 불러온 많은 경쟁 구도 중에서 구글과 MS의 싸움은 흥미롭다. 브라우저 시장에서 밀린 MS가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시장 구도를 만들고 있다. 광고 시장 역시 재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부에 꾸려진 개발 인력을 통한 변화가 아니라 외부 투자와 인력을 통해 자사의 서비스에 전폭적인 변화를 끌어내려고 있다. 검색과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2등이라고 하기에는 그 격차가 구글과는 상대가 안 되었지만, 구글을 새로운 시장으로 끌어들이면서 1등을 하려고 한다.
<챗GPT 거대한 전환>속에 소개된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보며,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며 인공지능의 결과물로 우리 삶에 행동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비록 기업 생존과 이익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런 다양한 서비스들을 이용해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부족했다. 인공지능 스스로 ‘우리는 이렇게 준비하고 있는데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사용할 준비가 됐는지’ 매일 묻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왜 안 쓰냐고.
챗GPT를 사용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기 위해 몇 번이나 질문할 사람을 찾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결국 중국 기자가 그 기회를 가져갔다. 마치 챗GPT가 그렇게 질문이 없는지 묻는 듯하다. 지금 질문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기회가 없을 것처럼 오픈 AI는 새로운 학습을 통해 버전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콘텐츠가 만들어지게끔 프롬프트를 통해 AI를 잘 이끌어야 한다. 프롬프트가 구체적이고 창의적일수록 더 고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온다.” -274쪽, 알에이치코리아 ‘챗GTP 거대한 전환’ 중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강의 차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내용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던 차에 챗GPT에 물으니 시간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아이디어까지 제안한다.
그러나, 오픈 AI의 챗GPT가 촉발하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것만 있지 않다. 좋은 질문만큼 건강한 의심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용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쓰는 만큼 불편함도 드러난다. 편견, 차별, 저작권, 프라이버시, 환경문제 등 서비스 발달만큼 그 심각성도 크게 드러나고 있다.
챗GPT가 등장했을 때 일어난 여러 문제에 대해 오픈 AI는 인종차별, 성희롱, 불법적인 내용에 답변을 거부하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학습을 시키고 있다. 같은 질문에도 어떤 지역에서 질문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답이 출력된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들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질문이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좋은 프롬프트를 던지는 것만큼 건강한 세상을 위한 의심도 필요하다. 의심 없이 기능에만 충실한 세상을 맞는다면 인공지능이 드는 ‘우승컵’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나는 생각하는 사람인지, 생각당하는 사람인지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경쟁 속에서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다.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로 인해 부디 앞에서 한 나의 예측이 틀리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