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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Jun 30. 2023

내가 가진 것을 세상 누가 원할까?

최인아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나도 한 때 서점주인이 되고 싶은 생각을 했다. 대부분이 서점 개업을 말린다. 좋게 생각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냐면서 말이다. 사실 자신도 없으면서 그냥 낭만에 젖어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아는 분이 지역에서 서점을 한다. 오래 전 어느 날 저녁 모임에서 그분이 서점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러더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점개업을 알렸다. 지금 대전에서 유명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그 분 서점의 성장과정을 온라인으로 지켜보면서 내가 했다면 그렇게 했을까 싶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서점이야기가 아니고 책이다. 왜 책을 읽는가 하는 것이다.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고 하는 책 읽기. 그냥 시간을 죽이는 용도로 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보물을 캐내는 이가 있다.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임원으로 광고회사에서 일을 한 저자가 만든 서점에 나도 가본 적이 있다. 지금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돌아보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다. 뭐가 있을까. 얻은 것은 무엇으로 인해 얻은 것이고, 잃은 것은 또 무엇 때문이었을까. 여러 명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나는 어떤 위치에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주도적으로 이끌어서 실패나 성공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 있는지 말이다. 몇 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고 남이 한 것을 내가 했다고 이력서 한 줄에 쓸 수도 없다. 실행하는 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템을 제공하는 기획력이 아닐까. 그렇다. 저자 역시 그러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핵심, 본질, 의미, 가치를 생각해봐야 한다.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조직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대했는지, 책방과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어떤 차이가 있고 공통점이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세상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는 일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일을 한다는 것은 그간 조직이 만들어준 이름을 바탕으로 다시금 자신의 성을 쌓아가는 일이다. 이름을 앞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얻어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인간이 태어나 그것을 찾아내는 것만큼 값진 일을 하는 게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그냥 살다가 가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누구나 각자 삶은 존중받아야 한다. 


최인아 책방은 책방이 생긴 후 몇 달 후에 방문을 했다. 그게 벌써 몇 년이 흐른 건가. 두 곳에 서점을 내고 자신의 성을 다른 이웃들에게 개방하고 그곳에서 책을 나눈다. 서점이 단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생각을 나누는 곳으로 가꾸어간다. 서점은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로망이 아닐까. 생계가 달린 일이라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요즘 같은 때에 책 팔아서 얼마나 남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저자 사인회나 강연, 특강, 모임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를 통해 수입을 보충한다. 


책방에 놓인 책들을 보면 주인의 삶의 태도를 볼 수 있다. 이번에 그가 쓴 책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이다. 카피라이터는 물건을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하기 위해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지갑을 여는 문안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 각자는 어떻게 보면 내 삶의 카피라이터가 아닌가.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 등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나를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사에서 돈을 버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는 데 있다. 그만큼 시장에서 원하는 게 뭔지를 제대로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돈 벌 생각 없이 그냥 취미로 장사를 한다면 뭐 그것도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 찾아오든 말든 하면 된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고, 자신의 것을 고객이 좋아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글을 쓰는 일은 어떤가.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쓴다. 사람이 원하는, 읽고 싶은 글을 아직 못써내고 있다. 내공이라고 할 만한 게 있나.



이 책에서 내가 본 단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생산자'다. 투박하고 싸 보이지만 이만큼 강렬하고 창조적인 단어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세상에 어떤 것을 소개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 완제품인지 아니면 기초재로 쓰이는 걸까. 그런 것들이 있기는 한 걸까 의심해 본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도 벌고 사람도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최인아는 그렇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은 기획이 앙꼬'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게 기업이 발행하는 사보다. 제일기획에서도 사보를 만들었다. 폐간을 알리는 소식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시대가 다 그렇게 가고 있었기에 일개 독자가 뭐 그럴 것까지 있나 싶었다. 그 사보를 통해 마케팅 소식이나 광고계 소식도 읽어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인터넷에 다 올라오고 바로 확인이 가능한 세상이다. 그곳에 최인아 상무의 글을 종종 읽었다. 그렇게 알게 된 후 책방까지 가봤다. 생각이 역시 남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삼성 계열사이기는 하지만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정도면 얼마나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냈을까 싶다. 


내가 하는 일에서 나는 어떤 의미를 찾고 있을까. 최인아는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생산적인 일인가. 나는 내 일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있는가. 내가 하는 일은 생산자로서 누군가에게 쓸모로 다가가고 있는가. 


처음부터 큰 일을 할 수 없다. 작은 일을 성취해 내면서 감당할 수 있는 내력이 쌓인다. 그렇게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어떤 태도로 일을 하고 처리하는가. 그것이 내 인생 10년을 결정짓는다면 가볍게 볼 것이 없다. 이 책은 나를 위한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소한 감정이 휩쓸려 내 것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지난 시간이 조금은 아쉽다. 나는 무엇으로 움직였는지, 무엇을 위해 움직여왔는지를 생각해 본다.


일에 지쳐서 그만두고 싶을 때,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그 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 하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그냥 물러나는 패배자로서 살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딛고 일어난 승리자가 될 것인가. 저자의 답이 세상 모든 답은 아니겠지만, 생각의 실마리는 되어 줄 것이다.


답을 찾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질문이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를 말이다. 제대로 물어야 좀 더 바르게 생각을 세울 수 있는 답을 얻을 수 있다. 돌아보면 나는 밤새 일하고 매달렸지만 궁긍적으로 내 일을 하지 못했다. 회사 일을 하면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지 못했다. 나를 움직이게 하고 오래도록 나로 남을 수 있는 힘을 갖기 못했다. 저자의 이야기는 나의 일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일을 열심히 했지, 브랜드로 나를 성장시키는 데 소홀했다. 저자의 지적이 정확하다.


같은 시간을 쓴다고 하면 일을 하는 것이 브랜딩의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하는 일이 회사 일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브랜드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질문을 놓지 말자. 질문을 할 때 기회가 찾아온다. 상대에게도 던지고 나에게도 던지는 일에 게을러지지 말자.


"질문은 상대방을 존중할 때 하게 됩니다. 자신이 다 정해서 그냥 해버리지 않고 상대의 뜻에 맞추게 되는 거죠. 취향도, 기질도 다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의 기준을 정해 일방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일일이 질문하고 의사를 듣고 반영하려면 당연히 수고도, 시간도, 비용도 훨씬 많이 듭니다."-213쪽


질문이 왜 필요하고, 질문이 가져다주는 힘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 준 저자의 이야기다. 


이어서 이야기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모색해 보는 것은 늘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지 않는 회사에서 혹은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는 상사를 모시고 일하는 분이라면 더더욱 남들이 해주지 않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실은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중요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215쪽


이 이야기를 들으면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일을 하든 누구와 일을 하든 두려움 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요량보다는 열정으로 일을 대하고 의심되는 일에 질문을 던질 때 기회가 찾아온다. 내게 힘이 있을 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그 힘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게 브랜드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모두 7장으로 이뤄졌다. 저자 독서경험과 일에서 얻는 지혜가 잘 버무려진 문장들이 나를 일깨운다. 일과 사람을 대하는 수준이 내 삶의 후반전을 결정짓는다. 내가 뭘 해야 할지, 어디에 좀 더 마음을 두어야 할지 다시 한번 뒷북을 쳤다. 잘들하고 계시겠지만, 다른 이들은 그런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이렇게 보면 태도에는 흔히 떠올리는 것보다 많은 것들이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말을 다시 한번 하고 싶군요. 태도가 곧 경쟁력입니다!"-150쪽


사람들이 나와 일하고 싶어 하는 가, 당신은 지금 누구를 위해 어떻게 일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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