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윤웅 Mar 18. 2022

"두려움의 크기, 성공의 크기"

책으로 만나는 세상

갑자기 늘어난 팀원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루가 다르게 팀 조직도 커졌다. 회사가 하는 서비스 가지수도 늘고, 투자가 유입되면서 공격적인 채용이 늘었다. 정식 채널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 추천으로 입사한 직원도 있었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이 만드는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까.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고 각자 속한 팀 혹은 자기 일에 국한되어 생각했다면  더 크게 봐야 할 시점이었다. 그간 각자 익숙한 작업 방식을 버리고 기계의 한 부품처럼 움직여야 한다는데 그걸 반길 만한 사람이 있을까. 혹시 하던 일을 잃지는 않을지, 자신이 해 온 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야 하지는 않는지 말이다. 그러니 더 큰 그림을 보려고 하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을까.


그런 마음이 크니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 제대로 된 ‘재료’가 투입되지 못했다. 서비스 기획도 그랬고 일하는 태도가 그랬다. 문제가 풀리는 게 아니라 문제가 더 생길 뿐이었다. 돌아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후회하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그때 그 시간만큼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당시 감정은 두려움이 더 컸던 것일까, 아님 혼란스러운 공간 속에서 이러지도 저럴 수도 없는 망설임이 더 컸던 걸까. 기회가 왔지만, 기회라고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누구도 주인이 아닌 상황에서 주인이 되겠다고 달려들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옆을 지나던 사람이 마치 처음부터 자기가 주인이었던 것처럼 떨어진 기회를 가져갔다.


망설이는 자에게는 기회가 없다. 두려움을 두려워하는 자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해 선보인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내가 그 당시 진행했던 일들을 생각나게 했다. 누구도 해보지 못했던 일,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보려고 한 그들의 도전은 왜 멈추었는가. 무엇이 그들을 멈추게 한 걸까. 그들에게는 어떤 두려움이 없었던 걸까.


뭔가 일을 시작할 때 잘 되는 것을 상상하기보다는 잘 되지 못했을 때, 실패했을 때 손실을 더 먼저 생각할 때가 많다. ‘해보자, 잘될 거야’라고 할 때 두려움이 없을 수 없겠지만, 그 두려움이 일을 진전시키기도 일을 멈추게도 한다.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가, 그건 오롯이 내 몫으로 남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얻는 기쁨은 스스로 뭔가 하고자 했던 일을 성취했을 때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고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관련한 사람들과 협의를 하고, 일을 추진하는 동안 적지 않은 다툼과 오해가 있다. 그런데도 좋은 결과물을 냈을 때의 성취감이 적지 않다. 죽어도 다시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다시 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나. 즐거움도 있지만,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일을 맡아서 같이 하기로 한 사람이 뒤로 물러서거나 발을 뺀다면 손해도 손해지만 일정에도 차질을 빚는 일이고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


혼란스러운 시대, 느리게 걷는 삶도 좋고 속도에 맞게 가는 삶도 괜찮다. 다만 뒤로 물러나는 삶을 거부한다. 커다란 성공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삶 속에서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 지루한 삶보다는 두근거리는 삶이 건강한 삶이지 않겠나.


코로나19 3년째에 찾아온 봄, 산수유 나뭇가지 끝에 올라오는 노란 싹을 보며 희망을 느낀다. 바람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두려움의 크기를 키워볼 일이다. 스스로 삶을 챙겨야 할 시대, 멈춤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위해 자신을 돌볼 시간을 갖자고 말하는 김은주 작가는 ‘유해한 것들 속에서 나를 가꾸는 셀프 가드닝 프로젝트’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에서 두려움의 크기가 성공의 크기라고 말한다.



“내가 얻을 성공의 크기는 그 일을 시작하기 전 다가오는 두려움의 크기에서 가늠할 수 있다. 두려움이 클수록 성공도 크다. 두려움이 클수록 시작하라. 두려움이라는 무거운 감정은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가볍게 데려다 줄 위치 에너지가 된다.”

-222쪽,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중에서


우울이 예술을 만드는 일상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성가시게 하는 사람이 오히려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외로움, 우울, 두려움처럼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았던 것들로부터 긍정 에너지를 찾아낸 작가의 문장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성공을 바라고 살고 있는지, 성공을 위해 지금 갖고 있는 두려움은 어떤 두려움인지 물어봐야 할 시간을 가져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