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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May 20. 2023

사라지는 을지로, 생겨나는 힙지로

기존 을지로는 사라지고 힙지로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언제부턴가 하나 둘 공사를 시작하더니 밤거리 분위기 달라졌다. 인쇄공정이 끝나는 저녁의 형광 불빛 대신에 알돌다록 한 불빛들이 골목을 밝힌다. 마스크해제로 사람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고 사진 찍기도 좋은 계절이다.


을지로에 늘 존재하던 색을 덮어버리는 다양한 색들이 몰려온다. 거리가 다시 붐빈다. 사라지는 골목은 아쉽다. 세상은 바뀌고 사람들은 열심히 음식을 탐한다.


출력물을 기다리다 본 건너편 풍경. 알고 보니 요즘 핫하다는 타코 음식점이다. 길 가던 사람들이 멈춰서 사진을 찍는다. 가게 간판은 현지에서 갖고 온 느낌이다. 3시 간 정도 지나서 다시 찾아갔지만 줄은 크게 변함이 없다.


을지로 인쇄골목도 머지않아 사라지지 않을까. 새로운 모양을 한 가게들이 올 때마다 착착 거리며 인쇄물을 뽑아내는 기계 소리가 희미하다. "인쇄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자기가 마지막"일 거라며 납품 일정을 맞추려고 애쓰다 결국 사업을 접은 사장님은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뜨거운 여름 공장에서 나오는 열기로 골목이 더 뜨거웠다. 인쇄 기름냄새와 종이 냄새가 섞이고 독특한 냄새가 골목을 채웠다. 거기에 인현시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음식들의 냄새가 섞여 있는 골목은 저렴하지만 귀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갖고 일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넘기며 최종본을 완성한다. 그렇게 서로 바쁠 때는 일을 넘기고 급한 일은 대신도 해주며 일을 빼냈다. 그런 곳들이 하나 둘 빠지고 인스타에 올리기 좋은 공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을지로3가역 근처에 문을 연 올디스에 줄을 선 사람들


시대 변화야 어쩔 수 없지만, 이토록 먹는 것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걸까, 나는 궁금하다. 매번 그렇게 핫플이라는 곳을 찾아다니려면 바쁘겠다. 용산, 합정동, 상수동, 성수동, 연남동, 을지로, 종로. 다음은 또 어딜까. 청춘들이 다녀간 곳은 여지없이 임대료 상승을 불러일으키고, 자본이 튼튼한 곳이 살아남아 그 자리를 지킨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의 문화를 찾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다만 우리가 놓고 사는 것, 잃어버린 것들, 진짜 찾아야 할 것에 대해서도 그만큼 열심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게 음식 만이 전부는 아니다.

을지로 인쇄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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