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윤웅 Dec 29. 2015

분전함을 덮은 조각보

단조롭고 지루한 거리에 색을 던졌다

거리를 따뜻하게 하는 것들은 잠깐의 아이디어로도 충분하다. 다만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관이 주도해서 이루지는 것들과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지는 것의 차이는 또 어디에 있을까. 아니면 이 둘이 서로 협력하여 이뤄낸 일의 성과는 또 어떻게 다를까. 


낡은 골목길을 다시 살리기 위해 벽화를 그려놓기도 하지만 때로는 동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림으로 인하여 더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다. 창작자의 고민이 있었기는 하겠지만 그 동네에 대한 의미를 고려하지 않은 벽화는 의미가 없다. 어떤 특정 지역만의 콘셉트가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재미없다. 

홍보물로 뒤덮였던 분점함을 조각보로 덮음으로 인해 거리르 밝게 하기도 하고 불법광고물 부착 방지도 겸하는 효과글 주었다.


우리은행 혜화동 지점 근처의 분전함에 설치된 조각보에 관한 관의 '설치 취지문'

동대문 주변을 비롯한 창신동은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 곳일까. 봉제 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길, 골목길, 1970년대를 넘어서면서 그 어떤 동네마다 가장 뜨거웠던 곳이 아니었겠는가. 낡고 잊힌 그 길, 골목. 젊은이들이 다시 골목을 살리겠다고 나섰다. 당시의 시대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만 예쁘고 귀엽게만 만드는 것은 의미 없다. 


함께 머리를 맞대 일구어내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지역의 특성과 원주민들의 삶의 환경 등을 제대로 살펴보고 진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 사람의 발길을 막는 설치물들이 있다. 환풍시설이나 전기시설이 대부분이다. 회색빛 전기시설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변했다. 어두운 것을 환하게 바꿨다. 다만 이런 위험시설이 이러한 화려한 색의 조각보로 덮어졌을 때의 위험에 대한 조치가 부족해 보인다. 물론 사람들도 조심할 부분이기는 하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함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Green Design, 윤호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