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철 1호선 역사 내 장판의 변신
역사 내 쓰레기통을 없앤 것은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쓰레기통을 없앤 후에는 1회용 용기들이나 지하철을 타면서 먹음 음식 쓰레기들을 어디 버릴 때가 마땅치 않았다. 양심이 있는 분들은 가방에 넣거나 내리는 곳에서 나가 버리기도 하지만, 지하철 내 바닥에 두거나 승강장 의자에 놓고 갔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쓰레기통이 다시 등장했다. 민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테러 작업을 위한 조치에서 해제가 돼서 그런 걸까. 여름철이면 아이스커피용 용기들이 넘쳐난다. 홍대나 대학로 등 젊은이들이 많이 타고 내리는 곳은 저녁 퇴근길에는 몇 개의 봉투들이 밖에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것들 천지다.
스타벅스에서 머그컵을 갖고 오면 300원을 깎아준다고 해서, 머그컵을 들고 가서 한 잔 마셔봤다. 300원 할인도 좋고 지구환경을 살린다는 취지도 좋은데 남들 보기에 좋지 않아 보였나 보다. 내 삶이 궁색해 보인 것인지, 그런 사람과 같이 커피를 마신 게 불편했던 것일까. 처음에는 매장 내 컵인지 알았나 보다. 내가 산 컵이 매장 내 사용하는 컵과 같은 디자인이다. 다음에는 그러지 말란다. 회사 옆이라서 그랬던 것인데.
을지로 4가 방산시장에서는 커피나 음식을 담는 다양한 용기들을 구입할 수 있다. 재질도 좋고 투명한 플라스틱 용품도 좋다. 어떻게 그렇게 튼튼하고 투명한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걸까.
한쪽에서는 지구환경을 살리자고는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그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커피 한 잔에는 그 용기값도 들어가 있다. 뚜껑은 그 자리에서 바로 빼서 버리는데도 매장 내 스태프들은 컵에 뚜껑을 씌워준다. 어떻게 이런 소비를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낭비를 줄일 수 있을까.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가정으로 겨울철 봉사활동을 나간 분들이 그 집 장판을 새로 깔아주고는 헌 장판을 둘둘 말아 쓰레기장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마 다 낧고 보기 싫어져서 그럴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어디 다시 쓸 수는 없는 걸까.
지하철 쓰레기통은 비닐 쓰레기통이다. 쓰레기통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한 까닭이다. 무기나 살상 용품들을 넣고 가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럴 것이다. 이 쓰레기통을 청소하시는 분들은 여기에 쓰레기가 다 차면 그것대로 싸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봉투는 그대도 두고 일일이 손으로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 다른 봉투에 담는다.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다. 하나하나 펴서 재활용할 것 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
누가 한 것일까. 쓰레기봉투 하단은 네모지게 바닥에 고정이 되지 못하다 보니 쓰레기가 가볍거나 차지 않으면 형태를 잘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 것을 고정시킬 방법을 찾았던 것 같다. 아니면 장판을 어디 재활용할 곳은 찾은 것일까.
경비실에서 일하는 분의 초소에는 공동주택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다시 사용되기도 한다. 의자가 그렇다. 색깔도 크기도 다른 짝짝이지만 색칠하고 다시 고쳐서 쓴다. 무슨 궁상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분들이야말로 지구 환경보전에 더 큰 마음을 보태는 분들이 아닐까 싶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겨울은 어디 가고 봄이 벌써 온 듯한 날씨를 연일 보여준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잘 살고 있는 걸까?
묻자, 내게 그리고 당신에게.
*추가
이 글을 올리고 1년 이 지난 날, 그 역에는 그린 컬러의 녹색 철망 테두리가 둘러졌다. 물론 이 글 때문이지는 않겠지만 높이에 따라서 잘라서 쓰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