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굴려 다니지만 말고, 때로 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는 내라!
새로 사장님이 왔다. 회식을 한다고 알려왔다. 팀원들을 비롯, 직원들이 별로 다들 가고 싶지 않은 눈치다. 공백 상태로 있던 대표 자리에 신임 사장이 왔는데 누구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간 지친 몸과 마음 상태로 크게 신경이 가지도 않는다. 회사는 위기를 넘겼지만, 회사 주인이 바뀌는 상황이다 보니 마음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허탈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해오던 일이니, 더 잘 해야 하고,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은 마음들이 그래도 남아 있으니 다행이다.
그렇게 그날 마련된 회식 자리. 일부는 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많이 남아 있었다. 노래도 부르고, 맥주도 마시며 분위기가 올랐다. 그때였다. 얼굴색들이 붉게 오를 즈음에 한 팀원이 일어나더니 맥주잔에 있던 맥주를 새로 온 대표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는 붓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어찌 손 써볼 사이도 없이 어, 하는 순간 맥주가 더 쏟아졌다. 신임 대표도 그런 그의 행동에 기가 찬 것인지 아니면 그런 마음을 다 받아들이고 안고 가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는 미소 지으며 맥주가 다 쏟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새로운 대표가 오면 불안하다. 고용의 불안도 있고, 조직이나 팀의 변경, 사업방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을 그대로 할 수 있을지 궁금도 하고, 얼마나 의지를 갖고 사업에 더 투자하고 힘을 실어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러한 의문이 있던 자리였다. 서로 간 탐색전이기도 했다. 힘겨웠던 지난 시간, 남겨진 직원들끼리 뭉쳐 지켜온 자리에 어느 날 외부에서 온 대표에 대한 반감과 기대가 교차한 시간들, 그 자리는 그날 그렇게 끝이 났다.
당시 대표였던 분은 지금 여의도에서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머리에 맥주를 부었던 직원은 모바일 게임 업체 대표로 뛰고 있다.
뭐라도 되는 사람은 독특한 기질을 지니고 있다.
물이 흘러가는 대로 두고 보고 같이 따라가는 이가 있기도 하고 물을 거슬러 길을 만들고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쪽으로 가려고 하는 이도 있다.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하고, 포기하려는 순간에도 끝까지 놓지 않고 가겠다고 버티기도 한다.
아마 지금 그런 행동을 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다음날 해당 직원의 행동은 인사팀에 통보가 가고, 대기발령을 받거나 책상이 빠져있을 것이다.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어 본 일이 있는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그저 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에 더 미쳐봐라, 미쳐야 끝을 볼 수 있다.
자신감, 용기, 배짱, 강단, 배포, 이 중 무엇을 갖고 있는가? '나, 이런 사람이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배짱, 그리고 그리한 행동을 받아주고 넘겨줄 수 있는 마음의 크기, 나는 얼마나 갖고 있는가.
"무슨 일을 하면서 어려움을 느껴도 계속 그 일을 해야 한다. 사람이 진정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해결책을 발견하면서이다. " -화가 파벨 필로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