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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할까

by 살라

행복해야 할까


문득, 행복이라는 단어가 참 낯설게 느껴졌다.

얼마나 오래전부터 일까. 그 단어만 들으면 왠지 행복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행복이라는 말은 누군가가 놓은 덫처럼 보였다.

그 덫에 발이 걸린 채 허우적대는 동안, 행복은 언제나 저 멀리 있었다.


행복하고자 발버둥 칠 때마다 머릿속은 번잡해지고, 가슴은 점점 더 텅 비어 갔다.

그럴수록 초조했다.

어쩌면 나는 도파민 같은 순간의 환상에 홀려 행복이란 신기루를 좇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행복하겠다는 다짐을 내려놓는 순간 어쩐지 마음이 평온하다.

어디에도 발버둥 치지 않는 삶.

처절하게 무엇인가를 원하는 대신 그저 주어진 날을

하나씩 살아내기로 마음먹자, 행복은 따뜻한 커피처럼 손에 들려 있었다.


저녁에 끓인 된장찌개 냄새,

햇볕에 널어놓은 빨래,

길가의 고양이가 다가와 몸을 비비고 가는 순간,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 나를 위로했다.

행복은 어쩌면 이름 없는 것이었을까.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전에, 이미 우리 곁에 있었던 것들.


행복하려고 하지 않을 때 행복은 가장 가까워진다.

꼭꼭 숨은 채, 일상이라는 평범한 풍경 속에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어쩌면 불행을 각오했을 때, 내 옆에 행복이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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