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빛이여.
비추는 빛 따위로는
묵은 그림자를 지울 수 없다
말간 위로처럼 떨어지는 햇살로는
쌓여온 시간의 때를 벗기지 못한다
빛이여,
인내 끝에 터지는 울분처럼
쏟아져라
눈을 찌르고, 뼈를 흔들고,
살 속 깊이 숨어 있던
침묵까지 쓸어가라
사방에서 밀려오는 빚처럼
폭포수처럼
양심을 짓누르듯
한꺼번에 쏟아져라
서서히 따뜻해지는 일은 사치다
격렬하게 오라
천장을 뚫고 들어오라
잠든 자들의 이불을 걷어내고,
숨겨둔 진실 위로
주저 없이 떨어져라
비추지 마라
쏟아져라
부드러움으론
무너뜨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