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전날, 엄마의 기도

by 살라

수능 전날, 엄마는 아이를 위해 기도를 씁니다. 기도만 하기엔 부족하여 쓰고 또 정성껏 씁니다. 평소 지은 죄가 많아 감히 기도도 못했던 불효자가 자기 자식을 위해서 염치없는 기도를 합니다.

오늘은 기도를 드립니다,
합격을 달라는 기도는 아닙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떨어짐과 누군가의 붙음을
간절함의 무게로 재지 않으신다는 걸, 압니다.
내 아이가 합격이라면 누군가는 불합격인데, 제가 더 오래 무릎 꿇었다고 내 아이를 택하시겠습니까. 열심이란 아무리 해도 상대적이고, 당신이 원하시는 합당한 기도가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찍는 것도 맞게 해 달라 청하지 않습니다.
내 아이가 찍어 맞힐 그 한 문제를 위해, 누군가는 손톱 밑 지우개 가루를 털어내며 밤을 지새웠을 테니까요.

오늘, SNS에서 봤습니다. 2년 전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는 어머니의 글을요.
그 아이도 원래라면 내일 수능을 봤을 고3이었다지요.
요란한 수능날을 앞두고, 수능도시락을 챙기고 싶은 이 날이 얼마나 간절했을까요. 그 부모님을 생각하면 제 기도는 더 낮고, 더 작아집니다.


그저 살아 있고, 별일 없이 수능 전날까지 인도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끝까지 그 기적을 붙들어 주시길 원합니다.
그저, 내일 내 아이들이 긴장해서 배가 뒤틀리지 않기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코피가, 하필 그 시간에 터지지 않기를.
연필 쥔 손이 떨리지 않기를.
문제를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침착함이 남아있기를.

그러하기를,
그런 기적을 베풀어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우리 아이들이 모든 것을 주관하신 신께 감사한 마음을 갖기를 원합니다.

그것이면 됩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