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길들이는 법

by 살라

불행을 길들이는 법


불행이 왔다
노크도 없이, 아주 조용히, 방 안으로

그를 내쫓지 않았다
안방을 내주고, 밥을 주고, 물을 주었다
이름을 지어주었다
불행은 낯을 가렸고, 말이 없었다
하루 종일 구석에 웅크려 있었다

가끔 쓰다듬어주었다
털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어둠 냄새가 났다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어쩐지 익숙했다

그렇게 함께 지내다 보니
불행도 나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서로의 체온을 안다
서로의 숨소리를 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행이 문을 열고 나갔다
뒷모습이 작았다
문턱에 앉아 그를 바라봤다
다시 올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괜찮았다

밖에서
발에 차이고, 비를 맞고, 길모퉁이에서 쫓겨난다
갈 곳이 없을 때면 내게로 온다.
아무도 그를 반겨주지 않으니까.

나는 불행을 씻긴다
수건으로 조심스레 털을 닦아주고,
밥을 준다
그럼 불행은 잠잠해진다
눈을 반쯤 감고 내 무릎에 얼굴을 묻는다

괜찮아
나마저 너를 버리면 안 되잖아
너는 결국 내 일부니까


지겨우면 또 나가
바람 쐬고 와
나는 문을 닫지 않을게
언제든 돌아와도 돼
세상이 널 몰라줘도,
나는 널 알아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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