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습

by 살라

밤이 나를 앉혀놓고

같은 걸 가르친다, 가르친다


베개에 귀를 묻으면

심장 소리가 너무 크다

이렇게 살아있는데

왜 이렇게 무서운 거야


형광등 꺼진 방

창문 틈으로 새어드는

가로등 빛이 벽을 긁고

먼지 하나가 공중에서

아주 천천히 떨어진다


나는 그걸 보고 있다

숨을 참으면서


뇌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기억한다

손이 먼저 떨리고

이유는 나중에 도착한다


이불을 턱까지 당기면

세상이 조금 작아지고

그 작은 세상 안에서도

나는 여전히 너무 크다


무서움은 소리가 없어

그래서 더 무서워

비명을 지를 수 없는 공포가

조용히 갈비뼈 사이를 채워


자야 해, 라고 생각하면

눈이 더 말똥해지고


오래된 장면 하나가

재생된다

멈춤 버튼이 없는 채로


나는 오늘 밤도

그걸 끝까지 본다

어차피 외워버린 결말인데

왜 매번 새로 무서운 거야


무서움이라는 단어를

삼킨 채로 눕는다


천장은 대답이 없고

몸은 오래된 기억을

복습한다, 복습한다


자도 되는지

잠에게 허락을 구하는 밤


트라우마는 친절해서

절대 잊지 않게 해 줘


고마워, 라고

말할 수가 없잖아


혼자라는 건

사람이 없다는 게 아니라

이 무게의 이름을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거


나만 알아

이 어둠의 질감을

나만 알아




오랜만에 브런치 제 자리로 왔습니다.

잠들기 힘든 끈질기게 긴 밤들을 보내고 왔습니다.

다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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