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해낸 시간

by 살라

토해낸 시간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밤에는
몸이 오래된 서랍처럼 열린다

화장실에서
나는 어제와 몇 년 전을 함께 게워냈다

처음 올라온 것은
작은 초침들이었다
그다음엔
지나간 여름의 냄새

식지 않은 말들
끝내 보내지 못한 메시지
어떤 사람의 어깨와
그 어깨를 떠나던 나의 손

시간은 생각보다
점성이 강해서

목구멍을 통과할 때
한참 동안
몸의 안쪽 벽에 달라붙는다

나는 몇 번이나 등을 굽혀
더 깊은 곳을 흔들어 보지만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겨우 몇 분
몇 시간

정작 오래된 것들은
여전히 위장 깊은 곳에서
썩지 않는 씨앗처럼 남아 있다

누군가
물을 내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여 있는 것은
방금 지나간 밤이 아니라
내가 아직 살아야 할
미래의 일부 같아서

나는 한참 동안
손을 대지 못한다

거울 속 얼굴이
한 번 더 울컥거릴 때
처음 알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속에
토해내지 못한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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