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뭐될래? 글!

by 살라

너 뭐 될래? 글


누가 묻는다
너 뭐 되고 싶어?

나?
나는 글이 되고 싶어

나무가 되려던
소설 속 어떤 여자처럼
뿌리 내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람이기를 멈추고 싶어서

글은 물처럼 떨어진다
나는 돌처럼 단단하다
매일 그 위에 언어가 떨어진다
조금씩, 나를 깎아내린다

누군가는 글쓰기로
자신을 나아가게 한다지만
나는 글쓰기로
나를 지워간다

한 글자를 쓸 수 있다면
살점이 나가도 좋다
한 문장을 쓸 수 있다면
뼈가 부서져도 좋다

그래서 나는
쓰는 사람이 아니라
쓰인 것이 되고 싶다

거꾸로 선 나
피가 머리로 몰리고
세상이 뒤집힌 자리에서
나는 뿌리를 내린다

왜냐고 물을 필요가 없다
나무에게
왜 나무냐 묻지 않듯

내 안에서 솟는 건
말도 울음도 아니다
검은 씨앗 하나
하얀 종이 위로 떨어진다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다 지워지고 싶다

누군가 읽을 때
“누가 썼어?” 묻지 않게
그저 읽히는 문장
공기처럼
빗소리처럼

나는 사람이기를 멈추고 싶다
욕망과 이름을 벗고 싶다

물방울은 돌을 뚫는다는데
나는 돌이 아니라
물방울 자체가 되고 싶다

떨어지는 것
스며드는 것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

그래서 쓴다
쓰면서 조금씩 사라진다
글자가 늘어날수록
나는 줄어든다

좋다

언젠가 완전히 사라지고
글만 남겠지

누가 썼는지 모르는 문장
어디선가 흘러온 목소리

나무가 되었는지 모를
그 여자처럼

글이 된다는 건
사라진다는 뜻

이름 없이
몸 없이
검은 글자로만

돌을 뚫을 때까지가 아니라
돌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 때까지

나는 쓴다
나는 지워진다
나는 쓰인다

글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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