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무대세팅
망나니 칼춤의 파트너만 되어줘도 괜찮은데,
아니, 옆에서 떠나지 않고
조용히 응원해 줘도 괜찮은데
그는 나의 무대를 다시 세팅한다.
칼춤 추는 무대가 아닌,
정원으로.
흙이 먼저 젖어 있다.
막 물을 머금은 흙의 냄새.
손끝에 달라붙는 따뜻한 습기.
발을 디디면 서걱거리는 날 선 감촉 대신
살아내는 것을 온몸으로 감싸는 푹신한 땅
어딘가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향기.
피가 아니라 꽃이 피어나는 공기.
나는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손을 편다.
무언가를 베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촉촉하게 올라오는 온기를 그대로 받기 위해.
그는 말하지 않아도
내 숨이 서서히 고르게 되는 자리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자라는 속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곳에서는
이기지 않아도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