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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찌 Jan 23. 2020

가계부를 쓰고 달라진 것들

생활비 270만원에서 40만원대로!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게 벌써 십수년이 되었다.


나는 저축이 늘 몸이 배어있었고 재테크 서적을 읽는것이 취미였다.

스무살때부터 한 권 한 권 사기 시작한 재테크책들이 지금도 책장 가능 꽂혀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돈도 금방 잘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전에는 내가 컨트롤 해야 할 지출의 범위가 크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생활비가 따로 들지 않다보니, 월급에서 보험료와 통신비 교통비, 학자금대출상환 등의 고정비와 약간의 용돈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축을 할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천만원도 금방 모으고 학자금대출도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기상환을 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맞벌이 생활을 하면서 내 의지만큼 돈이 빨리 모이지 않는 것이 회의감을 느끼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월급날 카드값 내고 저축할 돈이 조금은 남았었다.

나는 명품을 좋아하지도 않고 취미생활에 돈을 쓰는 타입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소비의 중심에는 신용카드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편해서 쓰기 시작한 신용카드가 어느새 습관이 되어 있었고, 수중에 현금이 많아도 신용카드를 썼다. 그러다보니 내가 얼마를 쓰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래도 저축도 잘 하고 돈도 금방 모을 수 있어!'

'원래 혼자일때보다 둘이면 돈 모으기 더 어렵다잖아. 나만 그런건 아니야!'

라며 합리화를 시키고 있었다.



중요한 건 소비의 금액보다 횟수


카드 명세서를 들여다보면 거의 대부분 만원 안팎의 자잘한 금액들이었다. 단지 건수가 많을 뿐이었다.

늘 최저가를 검색해서 구매하고 백화점에서 옷을 구매하는 일도 많아야 1년에 한두번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가 비싼 물건을 산 적이 없으니 돈을 막 쓴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 그냥 매달 카드값을 갚고 또 쓰고만 반복해왔다.


사실 내가 휴직을 하고부터는 늘 생활비에 쪼들린 것은 맞지만 그간 열심히 목적자금으로 저축을 해 둔 덕에 마이너스가 날 것 같으면 예금 적금을 하나씩 깨서 생활비에 보태어 썼다. 그러다 2018년 여름, 집에 큰 일을 겪으며 집도 절도 없이 18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와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어찌 저찌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5년전 가입했던 재테크 카페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가계부쓰기를 주제로 하는 재테크 특강을 듣게 되었고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말하자면 그 특강이 나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2019년 1월의 일이다.


내가 이제껏 써온 가계부는 가계부가 아니라 단순한 지출기록장이었다. 예산도 없었고 결산도 없었다. 강의를 듣고 의욕이 활활 타올라 나도 뭔가 실천을 해보고 싶었지만 우리집이 한달에 어느정도의 지출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엑셀로 1월 한달간 우리집의 지출액 전체를 정리했다. 워낙 지출건수가 많았고 6-7장 정도의 카드 내역을 다 확인해야 했기에 시간도 오래걸렸다. 그렇게 전체 금액을 확인해보니 한 달 동안 무료 5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왔다. 눈으로 보고 있지만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의 지출액은 여태 몰랐지만 유일한 소득원인 신랑의 급여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만큼을 벌어 대출이자내고 또 생활비로 500만원을 썼는데 어떻게 마이너스가 나지 않는건지도 신기했다.

이 500만원에서 연간비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가지를 쳐내고 나니 270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그리고 2월에는 생활비 100만원으로 살아보겠다고 카페에 선언을 하며 지금의 절약생활이 시작되었다.


첫 술에 배부르겠냐만 그래도 잘 하고 싶었다. 약 2만원정도 적자를 내기는 했지만 270만원이던 1월에 비해 절반이하로 줄이는데는 성공했다. 그때부터 매달 생활비 예산을 20%씩 10%씩 줄여 나가기 시작했고 올 12월에는 48만원으로 한달살기에 성공했다. 첫 달 약간의 적자를 낸 것 이외에는 늘 흑자가계부였다. 많게는 50만원, 적게는 1,500원을 잔액으로 남겼다.




한 달 생활비 중 남은 금액은 전액 대출상환하는데 썼다. 앞에 잠시 언급했듯이 집에 큰 일을 겪었고 급한 불만 겨우 끈 상태였기 때문에 부채가 대략 연봉의 10배 정도로 굉장히 많은 상태였다. 저축도 중요했고 종잣돈도 만들고 싶었지만 그래도 0순위는 대출상환이었다. 10원도 갚고 1,000원도 갚았다. 각종 앱테크를 통한 수입도 남김없이 전부 대출 상환에 썼다.


이렇게 쌓이다 보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원금 상환액만 총 25,801,361원이 되었다.

저축률도 8%에서 70%대로 수직상승했고, 대출원금 상환액까지 저축할 수 있는 여력으로 보고 실질저축률을 따지니 최고 241%까지도 저축률이 증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9월1일부터 12월9일까지 100일동안 진행했던 부수입 프로젝트 '백백플(100일동안 부수입 100만원 모으기 프로젝트)'에서는 총 1,112,811원으로 목표치 100만원을 약간 상회해서 달성했다.



수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이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바로 가계부쓰기, 지출통제하기, 종잣돈모으기 이다. 나는 십수년간 써왔던 '지출기록장'에 지나지 않던 가계부에서 탈피해서

예산이 있고 결산이 있는 제대로 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의 지출액과 지출패턴을 알게 되었고 매달 예산을 조금씩 줄여나가며 지출을 통제하고 종잣돈도 꽤 모으게 되었다.



가계부를 제대로 쓰기 시작하고 지출이 내 손 안에서 놀아나고(?) 한 눈에 컨트롤이 가능해지니 사실 생활비감소와 저축률증가, 부수입증가, 대출상환감소 이 모든 것들은 도미노처럼 쭉 이어졌다.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계부의 힘을 몸소 맛보았다. 2020년에는 좀 더 체계화 된 자산 관리로 월세1호세팅, 부수입 연500만원 이라는 두가지 재테크 버킷을 꼭 이루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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