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2025년 9월 7일)
천산산맥 . 알라콜, 별이 가까운 곳(키르기스스탄 2025년 9월 7일)
이른 새벽, 급한 화장실 용무에 텐트 밖으로 나가려 문을 젖히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여졌다.
초롱초롱한 별들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별무리들은 손만 뻗으면 닿을 듯이 유난히 선명하고 가까웠다.
알라콜 협곡의 새벽하늘은 마치 투명한 천장 위에 반짝이는 물감을 흩뿌린 듯하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별들을 보아왔지만 이만큼 가까이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동은 목구멍을 메웠고 해발 3,500m의 고지대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추웠다. 별 감상도 좋지만 차가운 새벽 공기에 용무를 서둘러 보았다.
그리고 다시 텐트로 돌아와 침낭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침낭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버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이내 여명의 시간이다.
캠프에서 제공한 조식을 마친 후 곧장 이동 준비를 서둘렀다.
오전 9시, 출발이다.
눈앞에 어마어마한 언덕이 가파르게 펼쳐져 있다. 저 언덕을 넘어야 한다.
자갈인지? 파쇄석인지? 애매모호한 주먹만 한 뾰족한 돌들이 가득한 저 산을 넘어야 한다.
한 발 두 발 내디딜 때마다 발아래에서 주르륵주르륵 돌들이 흘러내린다.
가파른 길, 몇 발자국 오르면서 한숨 쉬고, 또 쉬고 쉼을 반복하면서 오른다. 헉헉,,
마치 화산 폭발 후 남겨진, 거대한 천지 호의 바닥에서 정상까지 기어오르는 느낌이다.
길도 없는 가파른 오르막 경사를 거친 숨 몰아 쉬면서 올라간다.
중간 지점(3,533m)에서 잠시 멈추어 뒤를 돌아보니 천하비경 알라콜 호가 또 다른 모습 드러낸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경은 더 깊어지고, 호수의 색채는 더욱 선명해진다.
떠오르는 태양은 만년설을 비추고, 빛나는 새하얀 설산이 호수에 그대로 투영된다.
초 자연적인 세레머니다. 호수의 그림 판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시 현상까지 일으킨다.
감탄사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이 지친 발걸음에 다시금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비록 숨은 가쁘고 힘들지만 동지들과 함께 대자연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
캠프에서 출발 후 약 1시간 30분이 지나서 해발 3,920미터 알라콜 패스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오르자 감동의 풍경이 360도 파노라마 뷰로 펼쳐진다.
푸른 하늘아래, 첩첩이 이어지는 만년설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룬다.
발아래로는 영롱한 빛을 품은 비취옥 빛깔의 호수가 대자연을 받들고 있다.
좀 더 올라가 4,000m의 고지에서 일행들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
상상이 현실이 되었노라! 우주와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 우리는 지구를 품었노라!
고생 끝에 낙이라더니 대자연은 감동의 멋진 뷰로 보상을 하여준다.
Stunning view of nature!
Dreams come true.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올라왔던 길의 반대편을 향하여 하산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온다.
내리막길은 상상보다 가파르다. 각도가 70도, 어쩌면 80도는 되어 보인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여차하면 구르겠구나….
공교롭게도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몇 걸음 내려가다 그만 미끄러졌다.
몸이 앞(아래)으로 쏠리면서 넘어지고 바로 아래로 굴렀다. 급경사 자갈 밭이라 멈추기란 쉽지 않았다.
구르면서도 그동안의 모든 기록과 추억이 사라질까 봐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감싸 안았다.
한 바퀴 구르고 두 번째 굴러가려는 순간, 아래에서 현지인 포터가 온몸을 던져 구르는 나를 막아 세웠다.
가슴 철렁이고 아찔했던 장면이다. 막아준 포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Thankyou.. Thankyou.. Because of You... Thankyou.
다행히 카메라는 무사했고, 휴대폰은 유리가 긁히고 커버 모서리가 약간 찢어졌다.
그리고 손바닥에는 작은 찰과상이 생겼을 정도였다.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이것으로 액땜을 하였으니 안 좋은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마음 놓고 즐기면 된다.
난 코스에서 무사히 내려와 바로 아래에 있는 베이스캠프 벤치에서 도시락을 펼쳤다.
도시락 내용물은 단촐했다. 거친 식빵 한 조각, 그리고 과일 펙 주스등이다.
비록 메뉴 구성은 소박하지만, 그 어떤 오찬보다 고귀한 식사다.
무사한 산행과 한 끼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신 우주신께 감사드립니다.
이후, 3 ~ 4시간여의 하산 끝에 해발 2,500m 지점의 알탄아라샨 캠프촌에 도착했다.
알라콜 패스 트레킹을 원하는 여행객들은 보통 이 알탄아라샨 캠프에서 1박은 한 후에 올라간다. 알라콜 패스 정상까지 걸어서는 10시간, 말을 타면 4시간 여가 소요된다. 장시간 말을 타면, 평소에 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리 가랑이에 통증은 각오를 하여야 한다.
그래도 말을 타면, 걸어서 10시간여 오르는 것보다는 시간 단축이 많이 되기에 새벽이 출발하지 않아도 된다.
걸어서 간다면 새벽 6시에 출발을 하여야 당일에 숙소로 돌아올 수 있다.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반대편에서 출발하여 비경지 다 들리고 알라콜을 제대로 즐기는 코스였다.
결코 쉽지 않은 코스로 잊지 못할 매우 독특한 체험이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카라콜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내려가야 한다.
이곳에서 4륜차에 탑승해 흔들리는 비포장 도로를 타고 1시간 30분을 가야 일반 평지 마을 악수에 도착한다.
예약된 차에 일행들 모두 탑승하고 내려간다. 하산 중에 차 안에서는 비명 소리 난무했다.
비포장 내리막길, 차의 흔들림에 기겁하고, 웃음소리 번지며, 매 순간의 추억은 겹겹이 쌓여갔다.
악수 마을까지 무사히 도착하고 그곳에서 일반 차량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30분여를 더 달린 끝에 카라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과 함께 옷 벗어던지고 뜨거운 물 샤워를 즐겼다. 으으,, 시원하다. 피로가 씻겨진다.
이후, 일행들과 말끔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석식을 즐기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보통 여행자들은 해발 2500m 지점의 알탄아라샨까지만 갔다가 돌아와도 훌륭한 코스로 만족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편에서 시작하여 알라콜 호수의 끝과 끝을 종주하였고 4000m의 패스 정상까지 찍었다.
트레킹과 함께 오프로드 차량도 실컷 즐겼으니 이번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인생 여행’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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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탄아라샨'은 다른 편의 여행기가 있으니 참고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라콜 호수 동영상 보기 : 별빛이 흐르는 알라콜 호수 (키르기스스탄) - YouTube
알탄아라샨 동영상보기 : 알탄아라샨으로 가자! (키르기스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