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산산맥 . 알라콜 호수로 오르는 길

(키르기스스탄 2025년 9월 6일)

by JumongTV


천산산맥 . 알라콜 호수로 오르는 길(키르기스스탄 2025년 9월 6일)


간밤에 떳던 밝은 달은 오간데 없고 반짝이는 별들이 새벽 하늘을 덮었다.

검푸른 하늘에 화려한 별무리들이 빽빽이도 수를 놓았구나.
이 멋진 새벽하늘이 마치 오늘 산행이 순조로울 것임을 미리 알려주는 듯하다.

드디어 본격적인 산행의 첫날이 시작된다.

일행과 함께 해가 완전히 떠 오르기 전에 캠프를 나섰다.

비교적 완만한 산행 초입에서는 체력을 안배하면서 내가 선두에서 걸었다.

쉬운 코스는 내가 이끌고 가파른 길이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후미로 처지는 전략이다.

해발 2,565미터에서 첫 휴식을 취하고, 2,808미터에서 두 번째 휴식을 하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고도 높은 산은 역시 쉽지 않다. 벌써부터 숨이 막혀온다.

해발 2,833미터 지점에 위치한 또 다른 베이스캠프인 시로타 캠프에 무사히 도착했다.

캠프 옆 휴식 지점에 병풍처럼 도열한 바위 절벽 아래로 작은 호수가 운치를 더한다.

바위틈 사이의 작은 물 웅덩이들의 조화가 마치 동양의 수묵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근육의 긴장은 풀리고, 고인 물은 햇빛을 머금고 반짝거린다.

저 멀리 고산에서 실개천들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자연이 빚어낸 정원 같은 호수다.

이 아름다운 장소에서 30분 동안 휴식 취하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자연의 기를 듬뿍 받았으니 다시 올라가야 한다. 지금부터의 코스는 매우 가파르다.

절벽과 같은 저 암산만 극복하면 호수가 펼쳐진다. 한걸음 한걸음 올라 가보자.

급경사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숨소리 헉헉거리며 가빠진다.

입 안에서는 단내가 돌고, 목을 콱콱 메우는 가래에 숨이 막히고, 가슴은 터질 듯하다.

물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가글 한번 하고 그리고 단숨에 생수 한 병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햐아…시원하다. 꿀맛 같은 물 한 모금에 온몸에 생기가 돈다.

극한 갈증 상황에서 물 한 방울의 가치란 이루 표현할 길 없는 고마움이다.

저 위에 더 큰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가보자…

위쪽을 올려다보니 아직도 끝이 아득해 보인다. 고도계를 보니 해발 3,164m이다.

여차, 허리 한 번 잘못 펴면 바로 뒤로 굴러 떨어질 듯한 급 경사다.

휴휴,,.. 한 걸음, 한 걸음씩, 거친 숨 몰아 쉬며 올라가자.

드디어 마침내 정상이다. 해발 3,413미터에 알라콜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푸르디푸른 녹색의 호수는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답다.


만년설의 숨결, 알라콜 호수


새하얀 구름은
깃털처럼 흩날리고
뜨거운 태양이
호수 위에 내려앉는다.


천산 산맥의 깊은 품,
알라콜 호수에는
만년설이 흘린
눈물이 잠들어 있다.


영롱한 청록 물결이,

수면 위를 뒤 덥는다
아, 이곳이 바로
신선의 세상이던가.


선녀들의 놀이터
아득한 알라콜호에서
바위 위에 몸을 눕혀
잠시 꿈을 청한다.


부드러운 바람이
영혼을 어루만진다.
우주를 품은 신비의 호수
알라콜 호가 우리를 반긴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16시이다.

해지기 전에 오늘 묵을 캠프에 도착해야 한다.

캠프를 향하여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르락내리락 반복되는 바위투성이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저 멀리 텐트 몇 개가 보인다.

아…드디어... 반가웠지만 우리의 캠프가 아니다.

더 가야 한다. 가자, 조금만 더, 저 끝까지 가보자.

호수 끝자락에는 웅장한 설산과 그 아래로 흘러내린 빙하의 흔적이 보인다.

이동 중에 개구쟁이 같은 일행들이 하나 둘 옷을 훌라 덩 벗더니 호수로 뛰어든다.

빙하수라 차가웠던지 입수하자마자 “으악!” 소리 지르며 바로 튕겨 나온다.

어린 시절 물놀이하던 내 모습과 겹쳐져 보이면서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하하하.

다시 행군은 이어지고, 큰 바위 언덕이 보이고,

그 뒤편에 숨은듯한 호숫가의 캠프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의 잠자리는 바로 저곳이다.

거대한 만년설 바로 아래에 펼쳐진 새하얀 텐트들이 조화를 이룬다.

오르락내리락 길을 걸으면서 호수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인 이곳까지 왔으니,

우리는 오늘 알라콜 호수를 온전히 탐험하면서 걸었다 할 수 있다.

기나 긴 호흡 끝에 닿은 캠프, 알라콜 호수 완주를 어디에서도 자랑할 수 있다.

해발 3,403미터, 이곳이 오늘의 안식처다.

시간은 어느덧 18시를 가리키고 있다.

청록 빛의 알라콜 호수와, 호수를 거칠게 둘러싼 검붉은 색의 산세는,

마치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착륙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오묘한 상상의 땅에서 나는 또 다른 세계를 가슴에 품어본다.

석식 후 캠프파이어를 위해 주변을 수색했지만, 장작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나무 한 그루 생존할 수 없는 이곳에서 나무를 찾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결국 빈 종이 박스 몇 개를 태우면서 찰나와 같은 불멍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호숫가를 산책한 후 밤 속으로 스며들었다.


알라콜의 깊은 밤, 별무리가 호수 위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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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보기 : 별빛이 흐르는 알라콜 호수 (키르기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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