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도시 알마티 공항에 02시 55분에 도착하고 호텔 이동하니 새벽 5시경 정도 인 듯이다. 어제부터 아르메니아에서 조지아 국경을 넘고 또다시 조지아에서 카스피해를 건너 카자흐스탄 국경까지 이동을 하다 보니 시간 계산이 아리송하다. 오늘은 새벽에 도착하기에 정오 12시까지 자유시간과 휴식이다. 11시까지 자려고 호텔 프런트에 모닝콜을 신청하였는데 8시가 되니 자동으로 눈 떠지고 추가 잠이 오지 않는다. 책장 몇 장 넘기고 침대에서 몸 뒤척이다 양팔에 불끈 힘을 주고 일어났다. 그동안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 확인하고 답장하고 회사의 자료 정리를 하였다. 그리고 호텔 조식을 하고 잠시 꼼지락거리다 보니 어느새 이동 시간이다. 호텔 체크아웃과 함께 바로 점심 식사할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중식은 한식당이다. 제육봄음, 된장찌개, 고등어구이 이렇세 세트 모듬이다. 오랜만에 보는 한식이라 보는 것만으로 반갑다. 한식에 굶주린 일행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최상의 만족도를 보인다.
점심을 마치고 침볼락으로 향했다. 약 40분 여가 소요된다. 나에게는 이곳이 여름에 한번, 겨울에 한번 그리고 이번을 포함하면 총 3번째 방문이다. 풍경은 볼 때마다 다르다. 또 다른 각도에서 즐겨보자. 이전과 달리 장시간(50분여)의 케이블카에 무료함이 느껴진다. 어제의 수면 부족 탓인지 케이블카가 오르고 내리는 내내 졸았다. 다행히 고소 공포증 일으킬 틈이 없어 좋았다. 침볼락은 여름보다 하얀 겨울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겨울에는 수많은 스키족이 북적이고 역동성이 살고 새하얀 풍경은 마치 동화 속의 나라에 내가 놓여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안개 자욱한 침볼락의 정상에 도착했다. 전방이 설산이라는데 도무지 안개가 걷힐 것 같지가 않다. 다행히 나는 이곳에서 이미 이전에 설국체험을 하였던지라 설산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안개 걷히면 또 다른 풍경 펼쳐지는데 경험 없는 일행들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즐기지 않을까 싶다. 우리 인생에 같음이란 없다. 또 다른 시간에 또 다른 풍경을 즐기면 된다.
이어서 알마티 시내에 들어오니 거대한 녹색 공원이 나왔다. 차에서 모두 내려 공원 울타리를 따라 들어가니 꺼지지 않는 불꽃과 거대한 동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판필로프 추모공원이다. 판필로프 추모공원은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판필로프 장군과 28명의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부조로 조성된 굵직굵직한 상의 인물들이 곧 튀어나올듯한 강한 힘이 느껴진다. 이러한 동상들은 특히 구소련권 즉 사회주의 국가에 많이 존재하는 듯하다. 특정 인물을 우상화화는 데는 동상만큼 좋은 소재도 없을 것이다. 북한에도 곳곳에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커다란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듯이 말이다.
이 주모공원 바로 뒤쪽으로 가면 젠코바 성당이 있다. 일행은 모두 젠코바성당으로 향하였다. 젠코바성당은 화려한 목조건물로 1911년에 강타한 진도 11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에 가면은 화려한 러시아 정교회 오소독스를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다. 볼 때마다 색상이 조금은 촌스럽다는 느낌이었는데 이곳에서는 한결 세련미가 더한다. 아마도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에서 주로 보아온, 유구한 세월을 버텨낸 낡고 거무튀튀한 색상의 교회를 주로 본 탓일 것이다. 아무튼 러시아 정교회가 오늘은 매우 아름다워 보인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내부의 모습도 너무 아름답다.
추모공원에서 건너편 쪽으로 쭈욱 내려가니 재래시장이 있다. 재래시장은 이미 파장 분위기다. 일행들 각자 흩어져 개인행동으로 즐기는 시간이다. 도로를 건너니 가이드가 멜론과 수박을 길거리 매대에서 구입하여 노상에서 쪼개고 있다. 일행들은 가이드를 둘러싸고 쪼개진 과일을 받아서 길거리에서 즐긴다. 한국의 어렸을 적 시골 풍경 같아 정겨워 보였다. 계단 한편에 앉아있는 나에게도 멜론 한쪽 전해준다. 일조량 풍부한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수박보다도 멜론의 당도가 높다. 한국에서는 멜론 대부분이 성인 주먹보다 약간 큰 크기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수박과 크기가 거의 비슷하고 당도가 매우 높다. 달콤한 멜론 한쪽이 세상을 밝게 한다. 엄청 맛있다. 한국에 가서도 한동안 못 잊을 듯하다.
이제 마지막 일정 석식을 해야 한다. 양꼬치 구이로 매우 맛있다고 가이드가 적극 권한다. 나는 그간 몽골과 중앙아시아를 다니면서 많이 접해 보았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식당에 도착하고 촉촉한 양갈비, 쫄깃한 빵, 그리고 고소한 수프와 굿양념의 샐러드등이 나왔다. 오 마이갓! 다른 음식도 훌륭하지만 양꼬치의 육감이 다르다. 육즙이 생생히 느껴진다. 지금껏 먹었던 양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식당 분위기와 마지막에 나오는 녹차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다음 방문 시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다른 음식도 경험하고 싶어졌다. 식당 메니져와 면담 요청하고 I hope see you again soon 하고 받은 명함을 지갑 깊숙이 넣었다.
훌륭한 식사에 감사드린다. 이제 공항에 갈 준비를 하여야 한다. 일행들 식사 마무리하고 모두 버스에 올랐다. 00시 05분 출발에 인천에는 내일 아침 09시 40분에 도착이다. 소요시간은 5시간 35분이다. 비행기에서 실컷 잘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번 여행 마무리한다.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청량한 여행"으로 명하고 싶다.
9박 10일간의 일정 함께하여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가내 두루 평안 하심을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