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의 경계

by 허니모카


12월 중순쯤 갑자기 뜻하지 않게 해외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막연히 아들에게 겨울에 일본에 가겠다고 말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켜야 했기에. 게다가 남편도 예전과 달리 올해는 휴가가 며칠 더 생겨서 여유가 있었다. 일본을 가면 어디로 가나.. 알아보는데, 남편이 차라리 따뜻한 휴양지로 가면 어떻겠냐고 말해서 다시 일본 외의 항공권을 알아보았다.


아이들의 머리를 깎고 여권 사진을 찍고, 시청에 가서 신청하고.. 그러는 사이 저렴한 항공권은 점점 사라졌다. 결국 괌으로 결정하고, 호텔과 항공권을 여기저기 알아보느라 또 시간을 소비했다.


에어텔로 가면서 하나하나 다 알아보고 미리 계획하는 건 내 몫이었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괜찮을까 우려하면서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밤새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여행 블로그와 카페에서 정보를 얻고, 가입 조건 때문에 출석도 하고 댓글도 달고, 그러면서 아이들 공부에 식사에 청소도.. 시간은 없는데, 알아볼 것은 많았다.


그렇게 정신없는 사이에도 콕콕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었으니, 신춘문예였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연락이 와야 하는데, 오려면 지금은 와야 하는데.. 오늘까진 왔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여행후기를 읽으면서도 떠올랐다. 끝내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고, 포기했다. 처음 써 본 단편소설에 ‘공모전에 내놓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합격 전화를 받았다’는 하루키의 일화가 나에게도 통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말이다, 절대.


어쨌든 신춘문예는 날아갔지만, 여행은 1월 6일이었고, 12월 말은 준비로 바빴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날도 인터넷으로 괌 맛집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노트북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는 걸 보고, 얼른 티비를 틀었다. 종을 치고 있었다. 카운트 다운 없이 중간에 들어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몇 초 지나 바로 티비를 끄고,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2019년 1월 1일을 맞았다.




예전엔 등산모임에 가입했다가 일출을 보러 가기도 했고, (황홀한 광경보다 그냥 엄청 추웠던 기억이 있다. 날이 좋지 않아 일출도 정확히 보지 못했다) 연예대상인지 드라마 대상인지를 보면서 카운트 다운을 세고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도 했다. 또 12시 땡 하자마자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모두 다 옛일이다. 이젠 그냥 조용히 새해를 맞이한다. 숫자가 바뀌어도 어제와 오늘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서 인지, 오랜 시간이 준 익숙함 때문인지.. (그냥 나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는데, 그 말하기 싫어서 이런다.)


2018년의 끝과 2019년의 시작이 숫자로만 경계가 있을 뿐, 내 삶엔 별다른 경계란 것이 없다.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12일이다. 새해가 밝은지 12일째라니. 2019년에 대한 감흥은 없는데, 시간이 빠르다는 건 알겠다. 하루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



* 배경사진은 괌의 1월 8일 밤 사진입니다. 달이 가로로 누워있어 신기해하며 아이가 찍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