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신호에 걸려 잠깐 멈췄을 때, 한 건물 위에 걸린 대형화면에서 내 얼굴을 봤다. 검은 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누가 찍은 것이다. 그리고 곧 최건우가 운전석에 타고, 유유히 방송국을 빠져나가는 영상이었다. 대체 저걸 누가 찍었지, 방송국 앞에 있던 여자애들 가운데 하나인가, 아니 왜 저걸 방송국에 보냈지,라고 의아해했는데, 자막은 더 가관이었다. <최건우, 전 부인에게 납치돼.> <열애설에 홧김에 저지른 행동> <새 앨범 오늘 첫 방송 펑크 내>
허! 너무 놀라 숨이 막혔다. 말문이 막힌 게 아니라, 목구멍 자체에 누군가 휴지를 잔뜩 넣어 틀어막은 기분이었다. 말이 아니라 숨을 뱉어낼 수 없는 느낌이었다.
“뭐야, 저거!”
놀라긴 최건우도 마찬가지였다.
“방송국에 전화할게. 아니, 태우 형한테 말하면 돼. 뭔가 오해가 있었나 봐. 납치를 해도 내가 했지, 니가 무슨...”
최건우가 매니저에게 전화를 하려는 찰나, 통했는지 매니저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형. 저 기사 뭐야? 어. 맞긴 한데.. 아니야, 납치는 무슨. 어? 형도 몰라? 형이 한 거 아니야? 그럼 누가...”
최건우와 난 동시에 카메라를 쳐다보았고, 스피커폰으로 열려있던 핸드폰에선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야. 내가 제보했어. 때마침 잘 됐지 뭐야. 그럴듯한 명목이 생겨서.”
쾅! 순간적으로 내 오른손은 핸들을 떠나 내비게이션으로 향했고, 카메라는 박살이 났다. 난 내 주먹이 그렇게 빠른지 몰랐다. 게다가 강하기까지. 최건우 역시 감탄했나 보다. 재빨리 전화를 끊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야. 왜 화면이 안 보여. 니들 뭐한 거야!”
스피커폰에서 짜증과 발악이 튀어나왔다.
“시끄러워! 폭파시키려면 시켜. 하나도 안 무서워. 납치범이나 자폭이나 그게 그거야!”
나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범인과 나 둘 사이에서 최건우만이 진정하라며, 둘을 다독였다. 한 손으론 내 어깨를 두드렸고, 입으로는 핸드폰에 대고, “저기요. 진정하시고요. 저기요.”라고 말했다. 그리곤 나에게 들리지 않게 스피커폰을 껐지만, 라임을 맞춘 욕이 중간중간 들렸다. 최건우도 듣기 싫은지, 핸드폰을 덮어놓고 내 눈치를 살폈다.
조용한 일상에 생각지도 못한 유명 연예인의 부인, 전부인, 이제는 납치범. 시끄러운 인터넷 기사에 이름 석자가 오르내리는 것도 지겨워질 무렵 납치범이라니. 이혼한 지가 언젠데 여전히 전 부인이란 꼬리표가 연관검색어에 뜬다. 게다가 오늘은 실시간 검색 1위를 달릴 예정이라니. 아니 이미 1위일 것이다. 아... 인생 참. 이런 식으로 유명 인사가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