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도서관에 가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다.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이 흘러나왔다.
와! 뜻밖의 선물 같은 노래에 기분이 좋아졌다.
엑셀을 밟으니,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소리가 들어와 노래에 섞여 들었다.
얼른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켠 채 신해철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들었다.
그 전에도 좋았지만, 그의 죽음 이후엔 애틋하고 슬픈 느낌까지 더해져 음악을 듣노라면 마음이 사정없이 일렁였다.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이든,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날이든, 자외선이 내리쬐는 오늘 같은 날이든, 시도 때도 없이.
처음부터 그의 음악에 매료됐던 건 아니었다. 기억으론 아마 처음 들었던 노래는 ‘날아리 병아리’였던 것 같다. 신해철에 푹 빠진 친구가 틀어놓은 노래를 우연히 들었던 것 같은데, 기존의 음악과 참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가사로 무한 재생되는 노래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 후로 넥스트의 여러 음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이 왜곡됐을 수도 있다.
‘날아리 병아리’ 이전에 다른 노래를 먼저 들었을 수도 있는데, 병아리의 죽음을 애달파하는 것이 다른 노래들과 너무 달라, 누구지? 라며 신해철의 이름을 마음에 새겼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 후로도 괜찮다 정도였는데, 언제부터 찾아 듣는 음악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운전하는 동안 노래를 듣다 보니, 꽤 오래전에 그의 라디오 방송을 들었던 때도 떠올랐다.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끝나는 시간이 3시쯤으로 기억한다. 그 시간에 난 뭘 하고 있었을까. 기억이란 게 그 상황 전체를 기록하지 않고, 인상 깊었던 순간만을 사진 찍듯 저장한다. 내가 기억하는 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신해철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
집으로 돌아와서 ‘민물장어의 꿈’을 다시 찾아 들었다. 그의 노래는 잊었다가 이렇게 불현듯 훅 들어와 마음을 어지럽힌다.
팬심으로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도 이런데,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티비 채널을 돌리다 그의 모습이 나오거나, 라디오를 켰다가 그의 노래가 나오면...
친구 혹은 가족의 죽음도 순간 떠오르긴 하지만, 이렇게 불현듯 타의에 의해 맞닥뜨리진 않는다. 그럴 확률이 확연히 적다.
대중이 사랑했던 그와, 친분이 있는 그들은 그 순간 한꺼번에 밀려오는 그리움과 슬픔에 눈시울이 붉어질지도 모른다. 혹은 일정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리움과 동시에 반가움과 감사함도 따라오게 될까?
선선한 바람이 부는 밤 12시가 가까워진 시간, 이 시간에 어울리는 그의 노래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