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의 소통

by 허니모카

남편이 베란다 창문의 방충망을 다른 쪽으로 밀어놓았다. 동선을 고려해서 위치를 바꿔놓은 것인데, 외출 후에 그 사실을 깜박하고 습관대로 예전 창문을 열어버렸다. 그러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아차! 싶어 얼른 닫고, 다른 쪽 창문을 열었다.

모기라도 들어왔으면 어쩌나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웬 자유로운 검은 점 하나가 거실 중앙을 휙 가로질러 날아갔다. 모기라고 하기엔 색이 좀 짙어 보이는데, 저게 뭐지? 알고 보니, 아주 작은 파리였다. 모기만 한 파리. 크기만 비슷하지, 어디 모기와 날 비교해?라는 듯 눈에 거슬리는 검은 몸을 자꾸만 보여주었다. 저걸 어찌 잡지.


요즘 한창 개미를 관찰하는데 맛 들인 둘째는 “모기야, 엄마.” 하면서 자꾸 박수를 쳐댔다. 잡으려고. 짝, 짝, 소리가 들릴수록 첫째는 “안 돼. 불쌍하게 왜 잡아.”하면서 동생의 손뼉질을 제지했다. 큰 애는 자기 팔에 모기가 있어도 잡지 않는다. 자기는 그냥 물리고 가려우면 그만이지만, 모기는 목숨을 잃는 거라나. 밖에서야 휘 쫓으면 그만이지만, 집에 들어온 모기한테 목숨 운운하며 못 잡게 하면, 어찌나 답답한지. 아주 몰래 잡거나, 손뼉 후 내 손안에 기절한 모기가 있어도 “놓쳤어.”라고 말한다.

어쨌거나 다시 파리로 돌아와서. 그 자유로운 영혼이 아직 우리 집 거실을 새로운 세계 삼아 비행 중이다. 분명 파리채가 있었던 것 같은데, 도통 찾을 수가 없다. 노트라도 집어 휘둘러봤지만, 역부족. 생각보다 너무 빠르다. 날쌔기도 하지. 내가 너와 같은 부류라면 칭찬이라도 하겠다만, 난 너와 다르단다. 네가 내 영역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지. 영역 침범을 거부하는, 이 기본적인 사고는 너와 내가 같나?


짝! 아 실패다. 손뼉을 치는 순간, 이미 실패인 걸 안다. 아니, 손이 마주치기도 전에 알고 있다. 이번에도 내 손만 아프리란 걸.


영화 '컨택트'

갑자기 영화 ‘컨택트’가 생각난다. 외계인과 소통하는 여주인공이 나오는 영화. 손인지 발인지 모를 것에서 먹물 같은 것을 내뿜어 원을 그리던 외계인. 그 혹은 그녀에게 human을 인식시키며 말을 배우게 하고, 서로 소통을 한다. 그게 정말 서로 전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주고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선 소통이 가능한 걸로 나온다.


외계인과도 소통이 되는데.. 난 파리와 소통을 시도해야 하나? 좀 나가줄래? 아니면 널 어쩔 수 없이 잡아야겠다. 그러니 살고자 한다면, 알아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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