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남자에 대한 뻔한 편견

by 허니모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50대쯤 보이시는 간호사 혹은 실장님이 꽤 긴 문진표를 가지고 오더니, 질문이 시작됐다.


운동은 하시나요? 하루에 얼마나 하시나요? 유제품은 매일 드시나요? 등등의 질문이 있었고, 또... 뭐 가족력이나 식습관 같은 것도 있었다. 그중 내가 유독 기억하는 두 개의 질문이 있다.

“술은 얼마나 드세요? 맥주.. 조금?”

“네. 뭐 어쩌다 맥주..”


그녀가 체크를 하면서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한 병 정도?”

“네. 500 정도, 많이 마시면 1000?”

“네. 그렇죠. 여자들 많이 안 마시니까. 필름 끊기고 그런 적 없죠?”

“네.”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질문을 빠른 속도로 휘리릭 읽더니, 필요한 것들을 물었다.

순간 주변에 술 마시는 지인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소주 한 병이요, 어쩔 땐 더 마시죠.


대답을 생각하는 사이,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담배는.. 안 피시죠?”

눈은 질문지를 향한 채, 대답은 이미 안다는 듯 물었다. “네.”라는 대답과 동시에 그녀의 손은 질문지를 뒷장으로 넘겼고, 다음 질문을 했다.


한 박자 늦었지만, 순간 나는 억지스럽게도 오기가 발동해서, “담배 피우는데요.”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게 말하면, 그녀는 뭐라고 말할까?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네에?라고 하려나. 어머.. 어머. 하려나.

난 담배를 피우진 않는다. 근데 나와 사실 별 상관이 없으면서도 그런 말을 들으면 약간 발끈한다. 여자는 담배 피우면 안 돼? 여자는 술을 많이 마시면 안 돼?


물론 좋은 건 아니지만, 왜 남녀차별을 두냔 말이다. 대학가 주변만 해도 많은 여성들이 담배를 피운다. 물론 남자든 여자든 보기에도 좋지 않고, 오가다 맡게 되는 냄새도 별로다.




남자에게 질문을 할 땐, 으레 이러겠지.

“술은 얼마나 드세요? 소주 한 병?”

“담배는 피우세요?”


네. 소주 한 3병?담배는 하루에 한 갑?

그러면 그냥 아휴.. 너무 피시네. 그러겠지.

그녀의 그런 생각이 싫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고다. 그녀도 어디 가서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요즘 담배 피우는 여자들 많아.”라고. 하지만 그건 소수일 뿐이고 대부분은 피지 않아, 특히 주부로 보이는 사람들은. 만약 그렇다면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소한 혹은 사소하지만은 않은 편견들을 깨고 싶다. 하지만 정작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검사만 받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따지는 것도 코미디가 되는 상황이라.


남편에게 말했더니, “가끔 당신은 별 것도 아닌 걸로 발끈하더라.”는 말을 들었다. 아, 내 남편의 생각 먼저 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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