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친해지기 시작할 즈음에 꼭 묻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나이다.
아이의 나이를 묻는 것과는 달리, 좀 더 조심스레 묻게 된다. “몇 살.. 이세요?”
꼭 상대와 나의 숫자가 주는 상하관계를 결정짓기 위해 묻는 건 아니다.
그저 통성명을 하고,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문득 나이도 궁금해진다. 어쩌면 이건 살면서 수차례 겪었던 친분 쌓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언니 혹은 동생이 되면서 좀 더 친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이 나이라는 것이 말이다.
숫자에 불과하지만,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의 나이를 알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선 어느 정도 유추를 해본다. 아마 몇 살 전후일 것이다 이렇게. 막상 나이를 알고 나면, 딱 맞진 않더라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떨 땐 생각과 달리, 좀 더 많은 경우도 있고, 적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정확한 숫자를 알았기에 그 사람의 나이는 이제 그 사람이 알려준 숫자로 고정된다.
그 전의 좀 더 적게 보이거나 많게 보이던 이미지는 살짝 뭉그러진다.
예를 들어, 35살로 보였는데 30살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좀 더 나이 있어 보이는 하지만, 그래도 30살이다.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어려 보인다.
35살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40살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좀 어려 보이지만 그래도 40살이다.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약간은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
안 보이던 주름도 보이고, 옷으로 가려졌던 나잇살도 느껴진다. 신기하다.
숫자가 얼굴에 주는 힘인지, 아니면 사실이 추측을 억누르는 힘인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나이는 묻지 말아볼까?
더 이상 나의 나이도 밝히기 싫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