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갖고 시작하든 걱정을 갖고 시작하든, 부모가 되는 것 또한 처음 겪는 일이라 쉽지가 않다. 드라마나 광고에서 잠깐 보이는 '외식과 놀이공원 가는 것'처럼 잠깐의 행사가 아니라, 일상이 되기 때문이다.
내 밥 차리기도 싫은데, 삼시세끼를 차려줘야 하고, 씻겨야 하고 울면 달래줘야 한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땐 잠만 몇 시간 연이어 자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것도 잠깐이다. 그 시기가 지나면, 또 다른 문제로 힘들다. 오히려 잠 못 자는 건 쉽게 참을 수 있을 정도.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엔 자유시간이 사라지고, 내 일상이 아니라 아이의 일상에 내가 들어가 버리는 것이 된다. 그러면서 피부의 탄력이 사라지고, 허리가 아파오며, 팔뚝살이 늘어난다.
떼를 쓰기 시작하면, 내 인내심의 한계점을 발견하고 내가 놀라는 일이 생긴다. 아 내 인성이 이것밖에 안 되나.
나는 막연히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늘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며, 아이의 잘못도 너그러이 용서하는 엄마. 그런데 요즘 아들이 내게 하는 말은 “엄마 또 화내네. 왜 그렇게 화를 내요?” 이거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저 말이 친구 같은 엄마에게 할 소린 아니니까.
나 또한 육아가,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나눠먹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30초의 광고처럼 짧고 가벼운 거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막상 아이를 키우는 건 사 먹기만 하던 아이스크림을 원재료부터 구해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인데.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뭐가 들어가는지 조차 모르면서 말이다.
물론 아이가 울기도 하고, 떼도 쓸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명하게(대체 현명한 방법이 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대처하면, 아이가 뚝 그치고 밝게 웃으며 “네.” 할 줄 알았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비교적 원만한 인간관계가 아이와도 통할 줄 알았나? 아이와의 관계는 친구관계도 동료관계도 아닌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가장 어려운 건 잠을 못 자는 것도 아침밥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잠자기 싫은 아이 옆에 누워, 자장가 몇 개 불러주고 하염없이 아이가 잘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정작 내가 힘든 건, 아이를 바르게 키우겠다는 생각에서 오는 불협화음이다.
이게 뭔 말인가 싶겠지만, 완벽하지 못한 내가 내 아이는 완벽하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갭이 생긴다는 것이다.
난 사실 다정다감하지 못한 성격인데, 아이는 그러면 좋을 것 같아 모범을 보여야 해서 일단 몇 번 시도한다. 하지만 매일 그렇게 하긴 어렵다. 하루아침에 성격을 바꿀 순 없어서.
난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르는 사람과 인사하는 게 영 어색한데, 아이들은 예의 바른 어른으로 커야 하니 이웃과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아주 쉽게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한다.
나는 아이들이 자고 나면, 12시든 1시든 내킬 때 자면서, 아이들에겐 10시 반이 넘어가면 빨리빨리 자라고 다그친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지각했으면서 아이들에겐 지각하지 말라고 10분 남았다고 5분 남았다고 소리친다.
생각나는 대로 다 열거하다가는 페이지가 모자란다. 다 쓴 것 같아 노트북을 덮어도 금세 또 펼쳐서 써야 할 것이다.
그럼 내가 내 기준대로 살듯이 아이도 아이 기준대로 살게 내버려 둘까? 공부를 하고 싶으면 하고, 놀고 싶으면 놀고, 자고 싶으면 자고, 뭐든 맘껏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살아보니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고, 공부는 할 시기가 되면 해야 좋다. 그러니 다시 잔소리가 시작된다. 내가 아닌 널 위해서, 하지만 어쩌면 너의 바른 모습을 보고 싶은 날 위해서.
적당한 타협 혹은 협상으로 아이의 기준과 내 기준을 맞춰나가는 게 필요하다.
그 사이에 당연히 행복이 들어가야 하겠지만. (쉽지 않다, 역시나)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럴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게 소리를 지르게도 되고, 화를 내게도 된다. 그리고 잠시 후 예쁘게 웃는 아이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리고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음날 소리 지르고.
그래도 아이들은 엄마를, 아빠를 사랑한다.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힘을 내자.
당신의 아이들을 가장 사랑해줄 사람도 당신이고, 당신의 아이들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당신이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고 있다.
아직 당신의 아이들은 모를지라도.
같은 부모인 나는, 그리고 당신은 아마 알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힘을 내자.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