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약속이 있는 장소 근처에 카센터가 있어서 조금 일찍 나갔다. 카센터에 들러 해결을 하고 약속 장소로 갈 계획이었다. 오후부터 온다는 예보와 다르게 아침부터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카센터에 도착하자, 부품이 없어서 넉넉히 사오십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차를 맡기고, 우산을 쓴 채 약속 장소로 향했다. 걸어서 10분쯤 되는 거리였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조금 걷는 건 아주 유쾌했을 텐데.. 하필 그날은 비가 왔다.
나름 우산 쓰고 걷는 것도 운치려니 생각했지만, 종아리에 자꾸만 튀는 빗방울은 달갑지 않았다. 부품만 있었어도.. 아쉬워하며 걷던 중, 훅 커피 향이 스쳤다. 달달하고 짙은 향에 잠깐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이보리색보다 짙고, 개나리색보다 옅은 벽면의 커피숍은 따뜻하고 폭신한 느낌이었다. 바로 가서 손안에 커피를 담아두고 싶을 만큼 강하게 이끌렸다. 그래도 곧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커피는 식사 후로 미루자, 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차를 타고 지나갔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비 오는 날 갑자기 풍기는 커피 향이 얼마나 좋은지. 방심한 사이 훅 들어와 우산 끝에 여운을 남긴 커피 향이 걷는 내내 얼마나 코끝에 맴도는지.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작지만 산뜻한 분위기의 커피숍에 들어가 카페라떼를 마셨다. 처음 가본 곳인데 짙은 라떼의 맛은 최고였다. 안쪽이어서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비 오는 날의 커피는 정말 운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