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짓기의 어려움.

by 허니모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도 어렵지만, 완성해 놓고 제목을 짓는 것도 어렵다. 사실 난 제목을 짓는 게 더 어렵다, 덜 재밌고. 내용을 한 번에 알 수 있게, 흥미롭게, 흔하지 않게. 대체 어떻게 제목을 짓는단 말인가.


서점보다 도서관을 자주 가는 나는 누워져 있는 책보다는 세워져 있는 책을 많이 접한다. 표지를 보지 못하니, 그들은 오로지 제목으로 승부한다. 내게 좀 꺼내 달라고 말이다. 책을 고를 때 작가와 제목을 이미 찾아서 간 경우를 제외하면, 그냥 무턱대고 쭈욱 제목을 훑는다. 그러다 제목이 마음에 들면, 비로소 꺼내서 표지도 보고 휘리릭 넘겨도 본다. 그러니 일단은 제목이 눈길을 끌어야 그 책은 책장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다. 새삼 제목 짓는 게 참 중요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책 하나만 보자면 괜찮은 제목 같은데, 그게 책장에 꽂혀 수많은 책들 사이에 있으면 너무나 평범하다. 흔하디 흔한 제목이 되어버린다.




화실에서 유화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그랬다. 그림이 늘면 사인도 는다고. 난 소묘를 배우기 때문에, 나한테는 이런 말씀도. 그림이 늘면 지우개 쓰는 것도 는다고. (명암을 넣다가 좀 과하면 지우기도 하고, 아주 밝은 부분 때문에 뾰쪽한 부분으로 쓱 지워야 할 때도 있다)


제목도 그렇지 않을까. 글을 잘 쓰게 되면, 제목 짓는 것조차 쉬워질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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