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선물

by 허니모카


잠든 아이들의 머리맡에 산타의 선물을 올려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환호성을 지를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살포시.


큰 아이는 산타의 정체를 알지만 동생을 위해 모른 척하고, 둘째는 산타가 누군지 모른다.


큰 아이는 7살쯤부터 산타가 누군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집에 들어올 수 있는지, 수많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선물을 나눠줄 수 있는지, 인터넷에 품절된 장난감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등의 의문을 품으면서 질문이 시작됐다. 엄마가 주는 거 아니에요? 엄마가 산타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아니야. 산타는 있지. 엄마 아니야. 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러다 9살 크리스마스 이브날 또다시 산타의 정체를 캐고자 하는 아들에게 그땐 솔직히 얘기했다. 둘째가 들을까 봐, 방으로 몰래 들어와 “사실은...”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아이는 산타의 정체를 듣고는 "진짜 엄마예요?" 되물었다. 그리곤 "감동이에요, 눈물 날 뻔했어요, 엄마가 산타여서" 라고 말했다. 그때의 표정은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도 아니었고, 산타는 없구나.. 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그저 정말 엄마가 산타였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곧 동생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동생에게 말하면 이제부터 선물은 없다고 내가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바람에 아들은 꾹 참았다.


그 후론 산타의 선물을 고를 때, 가끔 내게 와서 산타는 얼마까지 사줄 수 있냐, 이런 건 되냐고 구체적으로 묻는다. 그리곤 적절한 선에서 선물을 고르고, 산타에게 편지를 쓴다. 동생이 터무니없이 비싼 걸 고르면 “그렇게 비싼 건 산타가 못 줘.”라고 친절히 설명도 해준다. A4용지에 산타 할아버지 000 사주세요. 라고 적고 그림을 그리고는 곱게 접어, 양말에 넣어둔다.


둘째는 언제 산타의 정체를 알게 될까. 여섯 살인 지금은 전혀 의심도 하지 않고, 그저 산타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산타의 존재는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이 아닐까.

어떤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전세계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준다는 환상. 산타가 없다는 걸 아는 순간부터, 지극히 현실적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다. 최대한 오래.




잠이 오지 않는다는 둘째 옆에 누워서, 산타 할아버지는 잠을 자야 와. 그러니 얼른 자.. 라고 말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에게도 산타가 온다면, 물질적 선물 말고 뭔가 보이지 않는 선물 같은 걸 하나씩 주고 간다면.. 친절함, 다정함, 부지런함, 어떤 재능... 등 말이다. 난 무얼 달라고 할까.


오늘 밤은 나도 잠들면서 산타에게 소원을 빌어야겠다.

산타 할아버지, 제게 000을 선물해주세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