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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미 Jan 06. 2024

감사합니다

두해 전  어느 날,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책을 한 권 읽었다. 작가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브런치가 뭐야?"

음식 먹고 커피 마시는 카페가 생각나지만 글을 쓰는 공간이 있다면 나의 나태함을 깨우려 내 방하나 만들고 싶었다. 블로그에서 내 이름을 뒤로하고 익명의 아이디로 드나드는 공간이 있지만 내 이름을 가지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주 글을 쓴다거나 하는 일은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었기에 그저 생각날 때 몇 줄 남겨보자는 생각으로 브런치 신청을 했다. 다음날 오후에 덜컥,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자주 하는 얘기지만 아픈 곳이 많다. 건강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못한 채 어린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로 사는 삶이라 독서를 하거나 일기를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러니 브런치 작가는 되었지만 이제 어떻게 내 방을 만들어가야 할지 몰라 또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 브런치를 둘러보니 글잘 쓰는 작가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당연히 마음이 위축되었다. 한동안의 시간이 지난 후, 서랍에 넣어두었던 글 몇 꼭지 얹어 놓고 또 한동안 잠수했다. 새로운 글을 쓴다는 게 너무 어려었다. 밤에 이불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몇 자 적어놓고 보면 밝지 않은 하소연의 글자들이 뒤뚱거리니 그걸 공개하기에는 마음을 더 우울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나니 스스로 한심해지기까지 했다. 쓰라고 멍석 깔아 줬는데 쓰지 못하는 속상함도 있다. 내 생활이 내 시간을 갖기 힘들다. 거기다 몸이 아프니 만사 귀찮기도 하고.


문학은 결핍에서 온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쓰는 글을 스스로 일기라 칭하고 있기에 문학은 아니더라도 내 위치에서 해보는 나름대로 쓰기 작업이니 마음의 결핍을 해소하거나 마음에 뭉친 덩어리를 쏟아내기에는 적합한 곳이 브런치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이름을 걸고 쓰는 일이 또 편안함만을 주지는 않는다. 나를 아는 누구 군가가 슬며시 들어와 창문을 기웃거리며 나의 맨 모습을 보고 가는데 그걸 내가 모를 수도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글은 솔직해야 하는데 솔직하기에는 우울이 너무 많다.



지난해 어느 달부터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가을 우리 부부가 아팠을 때 쉬기는 했지만 일주일에 한편은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 보니 그건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시작이 반이라고 마음을 먹으니 밀고 나가는 힘도 생긴다. 그 힘은,  소박한 내 방을 찾아주신 작가님들 덕분이다. 내 방에 다녀갔다고 공감을 눌러주시니 그 소중한 마음을 기억하며 쓰고자 하는 마음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감사인사를 드린다.


작가님들

작은 제 방을 찾아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라고, 지난해 마지막날 글을 올리려 했는데 써 놓고 올리지 못했다.  가족이 모두 모여 왁자지껄한 연말과 연초를 보내느라 감사의 마음을 늦게 올리게 되었다.


작가님들

새해에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고

소망하는 모든 일 이루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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