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know "Middle Life Crisis" is.
윌리엄: '중년의 위기'가 뭔지 아시죠?
르넷 : 전 마흔다섯 살에 빨간 컨버터블을 갖고 있는 남자와 결혼했어요, 아는 것 같네요.
윌리엄 : 남자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알아차리죠.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걸요.
그리고 가장 나쁜 건 절대로 뭔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는 거예요.
이런 생각들이 들어올 때, 어떤 남자들은 나쁜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어요.
르넷 : 그래서, 제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으니, 당신이 탐에게 베이스를 주고 해결하겠다는 거예요?
윌리엄 : 아니요, 제가 아니라, 당신이요.
르넷과 탐은 차고 정리를 한다. 정리 중, 탐은 묵혀 둔 베이스를 버리려던 중 윌리엄의 제안으로 차고 밴드를 결성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르넷은 탐의 베이스를 망가뜨리는 계략을 펼친다. 그렇게 일단락된 것 같았던 찰나에 윌리엄이 새로 산 베이스를 들고 르넷에게 찾아와 이야기를 꺼낸다.
아이를 낳고 한동안 우울했다. 내가 누렸던 자유, 성취, 기대와 바람들이 이제는 불가능할 거라는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야근을 하더라도 주어진 일은 마음에 들 때까지 시도할 수 있었던 자유와 몇 년 후에는 대학원에도 진학할 거라는 막연한 바람까지, 나를 생기 있게 만들던 원동력들이 되려 나에게 한계로 다가왔다.
드라마 속 탐처럼, 내가 더 이상 무엇도 될 수 없고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는 동안에 남편이 가장 많이 한 말이 있었다.
'여보, 하고 싶은 것 다해.' 그도 알았을 거다. 내가 엄청난 걸 하고 싶다거나 갖고 싶은 게 아니라는 걸. 그저 넌 무엇이든 원하면 할 수 있다는 내게서 바닥난 자신감을 채워주기를 바랐다는 걸. 그의 적극적인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나는 출산 후 4개월에 한자 3급 공인자격증을 취득했다. 대학생들은 2주 열심히 공부해 취득하는 자격증이라지만, 난 두 달이 걸렸다. 심지어 첫 번째 시험은 떨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출산 후 처음 시도하는 이 미션을 실패하면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있었다. 퇴근 후 돌아와 내가 공부를 핑계로 외출하는 동안 오롯이 아이를 돌보며 일과 육아를 힘껏 병행하고 공부하는 나를 독려했다. 내가 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그는 그의 방식으로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내 나이 32살, 그의 나이 37살이다. 22살, 27살에 만나 10년을 함께한 관계. 요즘 들어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함께 나이 든다는 건 어른들의 말처럼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고 안다'는 경지인 걸까. 눈빛만 봐도 안다는 건 상대의 마음속에 깃든 기쁨, 슬픔, 바람, 한계가 굳이 살피지 않아도 내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인 걸까. 그렇다면, 아직 그와 나는 그 정도는 아니어도 서로의 말을 통해 마음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천리안을 키워가고 있는 정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