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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 밖을 나온 루기 Nov 12. 2024

가을 여자  

트렌치코트를 툭 걸치고 우수의 찬 눈동자로 낙엽을 밟는 사람



 혹시
가을 사람이신가요?



아니에요. 바바리 입고 우수의 찬 눈동자로 낙엽을 쳐다보는 그런과는 아닌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요컨대  올해 가을이 유독 너무 좋아졌다는 말입니다.


계절이 이뻐서일까요? 제 마음이 기뻐서일까요?

아무튼 이러다 조만간 우리네 엄마들처럼 카톡 프사가 꽃이나 낙엽이 되는 건 아닌지, 긴장감마저 듭니다.


올여름은 전기세만 20만 원이 훌쩍 넘는 관리비 용지를 남기며 말도 못 하게 더웠지요. 대프리카에 사는 저는, 진짜 지독히도 길고 더운 시간들을 보냈어요.


지구야 니 혹시 태양  안 돌고 쉬고 있냐?

 책망이 하늘에 닿을 때쯤, 차가운 손길로 제 뺨을 식히는 가을이 오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가을이다. 마음의 환호성을 내질렀어요.

하지만 이 녀석은 또 바쁜 일 있는 사람처럼 금방 가겠죠?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오래 있어요.


아침의 차가웠던 공기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마치 할머니의 사랑처럼 따뜻한 한낮의 가을 햇살.


 아침의 서늘함도, 낮의 따뜻함도, 종합선물박스처럼 매일 매일 다채롭게 설렙니다.


어쩜 이런 색으로 그림을 그리셨나요? 감사함이 절로 나오는 자연의 캔버스. 금빛노랑, 연노랑, 다홍. 빨강, 연갈색등으로 그려낸 수채화를 앞에 두고 연신 사진을 찍습니다.


맛집 블로거도 핫플러도 아니지만  지금은 가을 너를 좀 만나러 다녀야겠어. 사실 집 밖만 나가면 온통 너야. 도로 위 가로수에도,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에도, 집 근처 공원에도 네가 있어. 오래 머물러줘서 고마워. 네 친구 여름이를 용서할게. 그러니 조금만 더 있다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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