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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독서입니다

by 병 밖을 나온 루기

사실은 노력 중입니다. 여가 시간에 '책 읽기'를 주로 하는 사람이 되려고.


취미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이전까지 즐기기 위해 주로 하던 일은 'TV 예능프로 시청'이나 '좋아하는 유튜브 콘텐츠 보기'였습니다.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구부정한 자세로 번쩍이는 화면에 시선을 빼앗긴 채 즐깁니다. 하지만 휴대폰을 덮고 나면, 뒤끝이 영 별로입니다.


이따금 책을 손에 붙이기조차 싫을 때도 있습니다. 그 마음을 창 밖으로 내던지고 일단 붙잡고 5분만 읽어 봅니다. 10분을 넘어 1시간도 계속 읽게 됩니다. 즐겁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뿌듯한 만족감이 차오릅니다.


어느 날 남편이 말하더라고요.

글을 쓰면서 돈을 벌긴 어려울뿐더러 실제로 돈을 벌고 있지도 않으니 너는 글 쓰는 게 취미인 거니? 라구요.

자격지심이었을까요? 비난받은 것처럼 마음이 쑤시망탱이가 되더라고요. 막연하게, 언젠가는 글로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은 없었지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들이는 시간을 시급으로 따지자면 최저 시급에도 한참 못 미치는 작업임을, 다른 분들의 책과 글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어요.


"그래 취미라고 하자. 그러면 어차피 지금 나는 가정주부인데, 다른 취미보다는 너무 좋은 취미 아닌가? 오빠가 좋아하는 골프를 예를 들자면 시간도 많이 들지, 돈도 많이 들지, 내가 책 읽고 글 쓰는 취미를 가진 거는 엄청 좋은 일 아니야? 애들 교육에도 도움되고. 내가 읽고 쓰는 것을 그만둘까 봐 걱정해야 되는 거야. 내가 60-70까지 계속한다면 누가 알아? 좋은 책을 써서 어디 가서 강의라도 하고 있을지! 책을 읽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된다고."

. 래퍼 뺨치네요. 반박력이 +1 상승되었습니다. 한마디 하고 열 마디 들은 남편입니다.


읽고 쓰기를 취미로 가지는 일이 얼마나 고상하냐며 덧붙였더니 그 말속에는 다른 취미를 무시하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남편이 말하더군요. 독서가 물론 좋지만 그것만 고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취미만이 우월하다고 느끼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이죠. 저는 속으로 생각했죠.


이게 뭐 실랑이 할 일인가.


실제로 글을 쓰시는 다른 여성 작가님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가족이나 지인의 은근한 반대를 받는 일이란, 제법 흔하더라고요. 과연 나는 진짜 고상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 '취미'를 가지기로 애쓰고 있는가, 돌아보았어요.


다들 본업을 하고 남는 시간 쪼개서 하는 거라고(저의 경우 집안일, 육아 등). 바보상자 티브이나 보던 시간에 하는 거라고, 읽고 쓰는 취미는 비난할 건덕지가 단 하나도 없는 취미라고 반박하긴 했습니다.


처음엔 늦은 밤에도 노트북을 붙들고 있는 나를 보고 "우와, 이렇게 열심히 하니 뭐라도 되겠다!"라고 감탄사와 함께 격려와 칭찬을 건네던 남편은, 가끔 흘리는 말로 "요새도 글 적나?"라고 물어요. 저의 브런치에 한번 들어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을 굳이 물어본다는 것은 글에 대한 무관심인가, 관심은 없지만 궁금은 한건가? 아니면 그저 내가 많이 꼬인 건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을 도와 나중에 어떤 일이라도 해야 될 상황이 온다면 그 일도 글로 쓰려합니다. 그러면 설령 평소에 조금 부끄럽다 여겼던 일지라도 내면의 부끄러움을 몰아내고, 자아 존중감으로 가득 찬 채로 일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 또한 좋은 글감이 되어줄 테니까.


정말 좋은 취미가 아닌가!

단순 취미를 넘어 책을 써서 인정도 받고 싶고 인세로 팔자도 고치고 싶지만, 그저 글쓰기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이상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린다. 집안 곳곳에 책을 둔다. 외출시 항상 에코백에 책 한 두 권을 넣고 다닌다. 물론 완독 되지 못한 채 그저 도서관을 벗어나 산책하고 돌아가는 책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은 습관들이 한 글자라도 더 읽는 나를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


실은 미라클 모닝을 꿈꾼 지가 몇 년째이건만 아직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늦은 밤의 시간은 어쩐지 귀히 여기지 않고 막 쓰게 된다. 하지만 이른 새벽에 일어난다면 분명 그 시간에는 미래의 내가 감사할 일로 시간을 쓸 것 같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하루의 시작, 읽고 쓰는 일을 먼저 하는 스스로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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