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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모임 장소는 제주도입니다.

슬로 브런치 3기 '등대'

by 병 밖을 나온 루기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만난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 글을 쓰고 있어요.


잘 알려진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지요

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


혼자였다면 빨리는커녕 애초에 벌써 '절필'을 하고도 남았을 것 같네요.


제가 살고 있는 도시, 동네에서 알게 된 인연들과 나누는 일상의 대화와 교류는 언제나 참 좋습니다. 그렇지만 '글쓰기'에 관한 어려움만큼은 그분들과 함께 나누기 어려워요. 그런 고민과 감정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글동무들과의 소통은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지요.


'등대'라는 이름으로 모인 우리는 포항, 부산, 대구, 양산, 거제, 제주까지 여러 지역에 살고 있어요. 직장이 있으신 분도, 전업 주부인분도 계세요. 모두가 글을 쓰고 있는 엄마라는 사실만큼은 우리가 가진 공통점입니다.


다들 각자의 사정을 뛰어넘어 몇 개월 만에 다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게 되었어요.

무려 '부산'에서 말이지요.


젤리 간식과 책을 챙겨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드릉’ 시동이 켜지는 소리에 가정의 나를 끄고, 작가 모드를 켰다. 지하철 환승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래간만에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동대구역을 향해 잰걸음을 걸어, 계란 두 알을 사들고 기차를 기다렸다. 마침 대구에서 출발하시는 작가님과 기차칸이 같아 함께 앉아서 가게 되었다. 반숙 계란을 한 알씩 나눠 먹으며 "이렇게 잘 삶기기도 쉽지 않은데" 같은 시시콜콜한 말에도 함께 깔깔 웃었다.


이번이 몇 번째 만남이더라?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만남이건만 어찌 이리 친근할까. 창 밖을 흐르는 풍경과 즐거운 대화로 어느덧 내릴 시간이었다.


10명이 넘는 인원이다. 예약하고 이용할만한 식당이나 카페가 마땅치 않아 공간 대여를 택했다. 부산의 명물 이재모 피자, 대구에서부터 기차 타고 온 서문시장의 에덴 김밥, 부산의 유명 디저트 베이크백까지. 맛있는 음식들로 식탁이 가득 채워졌다. 모임이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누군가의 수고가 필요하다. 베푸는 마음, 먼저 나서 주시는 마음에서 나온 수고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지난번 대구에서 있었던 오프라인 모임 이후, '아무튼 엄마'라는 주제로 공동 매거진을 만들어 함께 글을 썼다. 이번 모임에서는 어떤 얘기를 나누게 될지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만남 자체가 좋다며 둥둥 뜨는 마음으로 참석한 모임이었다. 신기하게도, 두 번째 모임이 지나고 나니 또다시 함께 할, 많은 계획들이 짜였다.


서로의 눈을 보며 나누는 대화의 힘은 참 크구나.


사실 유머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인데, 등대 작가님들 왜 이렇게 웃기신 거죠?

우리 진짜 이 날 웃음 터진 걸로 보자면 여고생과 다를 바 없었다 그죠?


우리가 서로 많이 주고받는 말은 '덕분에'인 듯해요.

작가님들 덕분에 멱살 잡혀 글을 씁니다.

작가님들 덕분에 용기를 냅니다.

작가님들 덕분에 절필을 끊어보겠습니다.

작가님들 덕분에 꿈을 꿉니다. 네, 이건 제 얘기입니다.

덕분에 여전히 꿈을 꿉니다.


대구, 부산 찍고 다음은 제주도에서 만나요.

부산역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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