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과 장점은 맞닿아 있다

by 병 밖을 나온 루기

아침잠이 많다. 그냥 잠도 많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시작한 일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다. 가능한 일을 최대한 데드라인까지 미루는 편이다. 수영, 줌바댄스, 요가, 헬스, 스피닝 등의 운동을 돌아가며 쉬지 않고 했지만 평상시 일상에서의 활동량은 많지 않다. 그런 스스로가 게으르다 생각한다. 꼼꼼하지 못하고 덜렁댄다. 이런 여러 가지 나열된 단점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인 ADHD가 아닐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주어진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는 점, 시간 계산에 서툴러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에 스트레스가 많은 점, 관심 없는 일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점 등의 증상으로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정신과에 전화를 걸어 검사비를 물었더니 예상보다 비쌌다. 결과에 따라 약을 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손실이 따랐다. 병명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괜한 돈을 쓰는 일이 되고, 약을 먹는다면 조금의 증상 호전은 있겠지만 ADHD가 가지는 장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한다.


완벽에 가까워지고자 단점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가볍고 발랄한 모습이 글 쓰는 이와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닐까 싶어 애써 차분해지려 노력했다. 번듯한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로 일을 시작했다가 건강을 잃을 뻔했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모두에게 맞추려 들다가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시간도 있었다.


내가 바라는 ‘완벽‘과 ’ 목표‘에는 아직 가 닿지도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이제는 알고 있다. 단점을 고쳐 빠진 조각을 끼우기보다 이미 가진 장점을 찾아 쓰는 게 낫다는 것을 말이다.


국어 교육을 전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서 논술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한 공부를 해 나가면서 국어 학원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최근, 독서 논술과 국어 수업을 함께 하는 학원 면접을 봤을 때의 일이다. 구인 광고에 자세한 근무 시간이나 업무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면접 자리에 원장과 마주 보고 앉아 서로 사회적 미소를 띠며 일에 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솔직히 그 일자리는 나보다는 조금 더 능력이 뛰어난 이의 자리처럼 보였다.

“원장님, 아... 솔직하게 이 일을 하기에는 제 역량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내 나이쯤 보이던 원장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호탕하게 웃었다.

“선생님 진짜 성격이 좋으시네요.” 그 뒤로 이어진 말은 실력만큼 중요한 것은 교사의 애들을 향한 애정과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밝은 에너지라는 말이었다. 목소리도 좋고 책임감 있어 보여, 잘하실 수 있으실 거라는 격려와 더불어 일 해 보실 생각이 없냐는 제안도 받았다. 가정을 돌보며 병행하기에 근무 시간이 도저히 맞지 않아 결국 제안을 거절했다.


이 경험을 통해 동네 아줌마들을 사귈 때나 쓰일 줄 알았던 나의 ’ 성격’이 일에서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솟구치는 기쁜 마음이 한동안 나를 공중으로 띄웠다.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며 토닥이는 손을 만난 듯했다.


나의 덜렁거림과 느림은 여유와 맞닿아 있다. 매듭을 잘 짓지 못할지라도 일단 해보자는 성격은 도전을 쉬지 않게 한다. 가벼움은 유쾌함이고, 좋지 못한 기억력은 나쁜 기억도 잘 잊게 해 주었다.


언젠가 ‘세바시‘에 나가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어떤 강의를 할 수 있을지는 감도 오지 않는다. 그 과정 속에 내가 무엇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애초에 경주마처럼 결승점을 향해 앞만 보며 달리는 집중력은 가지지 못했다. 그저 주변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바람을 느끼고 꽃 향기를 맡고 말을 걸어오는 이와 다정한 대화를 나누며 이 길 속에 놓인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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