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하여 등록한 근대문화유산이다. 우리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의 공간이 역사의 현장으로 인정받은 근대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미래의 중요 문화재로 남게 될 등록문화재를 찾아 근대의 시간 속으로 산책하며 글을 쓴다>
<양평 구 구둔역(楊平 舊 九屯驛)>
종 목 국가등록문화재
분 류 등록문화재/기타/공공용 시설
수량/면적 역사 1동 및 일곽,
역사 건축면적 : 95.2㎡,
부지면적 : 9,114㎡,
철로길이 : 역사 좌우측 각각 150m
지정(등록) 일 2006-12-04
시 대 일제강점기
큰길에서 구둔역으로 가는 산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건축학개론>의 촬영지임을 알려주는 카메라 모형이 서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두 주인공이 두 팔을 벌려 철길 위를 걷는 장면과 유명 가수 아이유의 화보를 찍은 장소로 유명한 구둔역을 찾았다. '구둔역'이란 명칭은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막기 위해 이 마을 뒤쪽의 산 위에 아홉 개의 진을 쳐 아홉 구(九), 진 칠 둔(屯) 자로 정한 마을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두 주인공이 젊은 시절 시골역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이 꽤 인상 깊었는데 한국의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를 주제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뜻밖에도 등록문화재 제296호(2021년 11월부터 문화재 지정번호는 표기하지 않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양평 구 구둔역'이 그 영화의 촬영 장소임을 알게 되면서 더욱 호기심이 일어 발길을 재촉하였다. 네비에 의존하여 길을 가다가 구둔역이 있는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또 다른 근대문화유산을 발견하게 되었다. 93년 전에 지어 지금도 사용하는 유명한 지평양조장이었다. 우연찮게 지평양조장 방향을 표시한 이정표를 발견하여 그곳도 들렀다 가는 행운도 있었다.(지평양조장 역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594호이다.)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마을의 산에 아홉 개의 진을 쳤던 구둔마을에 위치한 구둔역은 작은 산속의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난다. 높지는 않지만 산길을 가다 만난 큰 이정표를 따라 자동차 1대 정도 다닐 수 있는 작은 언덕배기를 올라 가면 작은 시골집 몇 채와 함께 소담스럽게 서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양평 구둔역 역사 건물. 다른 간이역과 마찬가지로 건물 앞에는 자동차 4~5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작은 광장이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역사 건물이지만 작은 마을에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이 주변을 압도하는 둣 하여 꽤 커 보이기도 했다. 역 앞에는 자동차 5~6대 정도는 주차할 수 있는 광장이 있었고 철길 너머 마을에서 경운기가 넘어와 역 앞쪽 마을로 다니는 것을 보면 자동차로 건너 마을로 넘어 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화요일 휴무 안내글이 아이야 사진과 함께 걸려있는 출입구와 대합실 내부. 대합실 오른쪽 역무실에 까몽이네 카페가 있다.
우리들이 구둔역을 방문한 날이 하필 화요일이었다. 그날은 구둔역 지킴이의 휴무일이라 역사 안의 옛 시설들을 볼 수 없었다. 역무실을 개조한 이색적인 분위기의 까몽이네 카페에서의 휴식은 물론 건축학개론 주인공 모습의 기념사진 촬영이나 소원을 적은 금빛 티켓을 소원나무에 매달기 같은 소소한 재미를 즐길 수 없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는 이유를 남기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물론 이런 이유를 붙이지 않더라도 또 가고 싶은 곳이다. 워낙 호젓한 분위기와 함께 예스러운 건물과 시설들이 정겹게 맞아준다. 이런 풍경이 우리들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여 추억에 젖게 하는 장소이기에 가끔 생각이 날 것 같다.
원래 구둔역은 중앙선의 작은 간이역이었다. 서울 청량리역∼경주시 경주역을 잇는 38636km 중앙선은 1939년 4월 청량리∼양평 구간이 개통되고 1940년에는 양평∼원주 구간이, 1942년 4월 1일 전구간이 개통되었다. 1940년 4월 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구둔역은 목조양식으로 만들어졌으며 벽체는 목조에 시멘트 몰탈로 마감되었다. ‘一’자형 평면으로 지붕은 대합실 윗부분에 박공지붕을 올려 슁글로 변형되어 있다. 벽체는 목조에 시멘트 몰탈로 마감되었다. 평면 구성은 오른쪽부터 대합실, 사무실, 숙직실 순서로 배치되었다.('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사이트 구둔역 설명 참고)
철길이 있는 승강장에서 바라본 구둔역 모습과 승장장, 철길
'양평 구둔역' 영역은 역사 건물 1동(1층 규모로 건축면적 95.2㎡)과 광장 일곽, 역사 좌우 각 150m의 철로 및 승강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 건물은 대합실과 사무실, 숙직실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을, 젊은이들에게는 이색적인 복고풍의 멋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
여객 감소로 인해 구둔역은 1996년 1월 1일 승차권 차내 취급역으로 전환된 이후, 2012년 8월 청량리-원주 간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인한 기존 노선의 변경으로 폐역이 되었다. 당시에 '구둔역'은 약 1km 떨어져 있는 곳에 새 역사(驛舍)를 지어 이전했다가 2013년 새 역사의 이름을 '구둔역'에서 '일신 역'으로 바꾸게 되어 현재는 폐역이 된 간이역이 구둔역이란 이름을 되찾게 되었다
.
개찰구 쪽 출입문 옆 벽에 붙은 등록문화재 제296호 동판
문화재청이 2006년 12월 '양평 구 구둔역'을 등록문화재 제296호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역사 입구에 동판을 붙였다. 2012년 8월 폐역이 된 후에는 역사 건물과 일부 구간의 철길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하면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9개 공간을 창조하여 문화예술 관광지로 거듭나면서 양평의 새 명소가 되었다.
소원을 적은 금빛 티켓을 매다는 소원나무(소원의 시간) 환상열차의 종(행운의 시간) 공간의 퇴역 전철
고백의 정원 -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비밀스런 공간으로 꾸며 놓은 곳
반추의 마당(하늘거울과 반추) - 자신을 비추어 보면서 반추하는 시간을 가지는 공간
폐역이 된 작은 간이역인 '양평 구 구둔역'은 문화예술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많은 영화와 화보, 광고 등의 촬영 이후 입소문으로 꽤 알려지면서 구둔역 공간의 새로운 변신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구둔역에는 개성 있는 아름다운 9개의 공간을 꾸며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함께 하는 재미를 주고 있다.
9개의 공간은 까몽이네 카페, 행복제작소, 대합실, 고백의 정원, 비움터(노래하는 비움의 시간), 반추의 마당(하늘거울과 반추), 향기의 미로(들꽃의 시간), 소원의 나무(소원의 시간), 환상열차의 종소리(행운의 시간)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씩 돌아다니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의미를 찾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청량리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벤치가 있는 간이역의 편안한 모습
'양평 구 구둔역'의 변신은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시도를 보여준다. 보존만을 위한 보존이나, 가치의 훼손을 가져오는 지나친 활용도 답이 될 수 없는데, 근대문화유산 관리의 새로운 한 방향을 보여주는 시도로 보인다. 작은 문화재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한적한 시골길에서 만난 간이역에서 보존해야 할 국가의 문화유산을 되새기면서 풍성한 문화예술을 만나는 행운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 행운을 구둔역에서 만났다.
유명한 지평막걸리를 주조하던 양조장이다. 1925년 지어져 93년 동안 양평군 지평면을 대표하는 건물로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594호이다. 2016년까지 양조장으로 사용했으며 새 공장 설립 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막걸리 박물관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라고 한다.
석불역
양평 기점으로 보았을 때 구둔역 이전 간이역이다. 구 석불역은 구둔역과 마찬가지로 폐역이 된 간이역이다. 폐역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분은 한번 방문하시기를 권한다. 석불역도 청량리-원주 간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새 역사로 이전한다. 새 석불역은 구둔역으로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데 동화 속의 건물같이 예쁘게 지은 건물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은 촬영지가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