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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Apr 22. 2022

1세대 서양화가의 마지막 화실, 용인 장욱진 가옥

[등록문화재 산책]김주혁, 한혜진, 김하늘이 촬영한 곳...그럴만 하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하여 등록한 근대문화유산이다. 우리가 지금껏 살아왔던 삶의 공간이 역사의 현장으로 인정받은 근대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미래의 중요 문화재로 남게 될 등록문화재를 찾아 근대의 시간 속으로 산책하며 글을 쓴다>


[장욱진가옥 오디오북 듣기]

  - 컴퓨터에서는 소리를 들으며 본문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종 목      국가등록문화재

명 칭      용인 장욱진 가옥

분 류      등록문화재/기타/인물기념시설

수량/면적 한옥2동-건축면적,46.48㎡,46.03㎡

               양옥1동-지하1층,지상2층

               건축면적 93.81㎡,연면적246.78㎡

지정(등록)일   2008-09-17

시 대      기타

장욱진  화백(1917~1990)은 우리나라 1세대 서양화가로서 한국 근현대 화단에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이다. 그가 말년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한 곳이 '용인 장욱진 가옥'이다. 1986년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한 장욱진 가옥은 한옥 2동과 양옥 1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한옥과 양옥이 근대문화유산 국가등록문화재 제404호로 지정된 ‘용인 장욱진 가옥’이다.        

장욱진 가옥이 있는 동네 어귀에서 한옥 담길을 따라가면 한옥 대문 앞의 특별한 표지석 앞에서부터 장욱진 화백의 숨결을 느낀다. 이곳의 근대문화유산 동판은 다른 곳보다 특이하다. '張旭鎭 故宅(장욱진 고택)' 표지석과 함께 서 있는 근대문화유산 동판은 장 화백이 자주 그렸던 집 그림을 함께 새겨 놓아 이 가옥의 주인을 짐작하게 한다. 양옥 가옥의 앞에는 건물과 관련된 화백의 그림을 옮겨 놓은 특색 있는 표지석이 따로 있다.

'장욱진고택' 간판이 있는 입구와 별채 집운헌

담을 따라 더 가면 '장욱진 고택' 간판이 있는 입구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주차 공간이 있고 그곳을 가로질러 고택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입구로 들어가면 별채인 '집운헌(集雲軒)' 건물이 보인다. 집운헌의 입구에 붙어있는 편액은 한학의 대가였던 이가원 선생이 썼다고 한다. 집운헌은 전통찻집과 '장욱진 그림마을' 기념품 판매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집운헌 뒤쪽 돌계단으로 올라가면 양옥 건물에 다다르게 된다. 돌계단의 왼쪽이 한옥 사랑채와 안채 공간이다.          

장욱진 가옥 구조를 보여주는 안내판과 별채에서 사랑채로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 계단으로 가면 양옥에 이른다

장욱진 가옥의 한옥은 1884년에 지은 집으로 130여 년 된 경기도의 전통 민가인 'ㅁ'자형 집이다. 이 조선시대 고택은 안채와 사랑채, 광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욱진 화백이 이 한옥을  수리하여 작업실과 거주 공간으로 사용하였다.

사랑채 마당에서 본 대문과 3층 석탑, 사랑채 건물

사랑채 앞마당에는 작은 3층 석탑이 앙증맞게 서있다. 팔작지붕을 얹은 크지 않은 단정한 건물인 사랑채는 화실로 사용하였다. 구입 후 당시의 가옥을 대대적으로 수리하여 화실로 사용하였는데 장 화백의 'SIMPLE' 정신이 잘 나타난다고 한다.

 

중욱진 가옥과 사랑채를 설명한 안내문

예전에는 사랑채 툇마루에서 보면 앞산이 보이고 시냇물이 흐르는 농촌의 모습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예전 풍경을 찾아볼 수가 없다.     

'희스토리앤아이_대동역사기행'블로그 사진

사랑채의 천장은 서까래가 그대로 보이는 구조이다. 사랑채 천장 아래에는 '觀山魚森(관산어삼)'이란 자를 상형화한 글씨가 새겨진 편액이 걸려 있다. 이 편액은 금석문의 대가이면서 서예와 전각으로 유명했던 청사 안광석 선생이 썼다고 한다.

   

안채와 안채 설명문
안채의 편액과 전시실로 쓰이는 광 건물

안채의 모습은 대문에서 보아 기역자가 옆으로 누운 형태이고, 일자형의 사랑채는 광의 지붕과 이어져서 니은자를 뒤집은 모양새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안마당을 가운데 둔 'ㅁ'자형 가옥 구조이다. 사랑채와 안채를 오가다 보면 지금도 한옥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장의 기척이 느껴지는 듯하여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진다.

사랑채 옆 중문을 통해 안채에 들어가다 보면 오른쪽의 건물이 사랑채와 지붕이 이어진 곳간과 헛간이 있는 광 건물이다. 욕실과 보일러실로 고쳐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전시실로 활용하고 있었다.     

관어당 정자

고택 안채의 뒤편 높은 비탈 위에 이엉을 얹은 소박한 정자가 있다. 정자 안쪽에 <觀魚堂(관어당)>이란 한자를 상형화하여 새긴 특별한 편액이 있다. <관어당> 현판은 장욱진 화백의 이전 명륜동 집 연못 정자의 편액을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당시 국문학자 이희승 선생이 이름을 지었는데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의 정자 설명문에는 “관(觀) 자는 눈과 귀를 그려 합성한 상형으로 귀로도 사물을 '본다'고 파악하는 동양적 사고방식이 잘 나타나 있다”라고 설명해 놓았다.


1953년 작 <자동차가 있는 풍경>(장욱진미술문화재단)과 장욱진 가옥 양옥 건물

한옥과 함께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양옥은 장욱진 화백이 건축하였다. 이 양옥은 장욱진 화백의 1953년 작품인 '자동차가 있는 풍경' 속의 벽돌집을 바탕으로 직접 구상하여 건축한 것이다.   

근대문화유산 동판을 새긴 표지석과 작품 <까치>(장욱진미술문화재단)

양옥 현관문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세운 근대문화유산 동판을 새긴 표지석이 정겹다. 표지석 자체가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동판과 함께 화백의 그림을 새겨 놓은 돌판이 격조가 있으면서 친근감을 준다.     

장욱진 화백의 주요 작품인 '까치'에 있는 나무를 형상화한 듯 한 모양의 표지석에 '자동차가 있는 풍경'의 그림들을 새겨 놓았다. 이 집이 작품 '자동차가 있는 풍경'을 바탕으로 지은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장욱진 가옥의 소소한 뒷 이야기>     

용인 장욱진 가옥은 2008년 와인 드라마로 알려져 화제가 된 <떼루아>의 촬영지이기도 하였다. 배우 고 김주혁 씨와 한혜진 씨가 열연하였는데, 우리 전통한옥에서 운영하던 전통주점이 문 닫은 후 이곳에 자리 잡은 와인 레스토랑이 한국적 와인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드라마였다. 장욱진 가옥의 소박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가 잘 녹아들어 드라마의 품격을 올려준 작품으로 기억한다.

이후에도 특별한 한옥 분위기를 살린 드라마들을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하였다. 이곳에서 배우 이상윤 씨와 배우 김하늘 씨가 출연했던 <공항 가는 길>(2016년)과 타자기에 깃들었던 유령 이야기로 전개된 <시카고 타자기>(2017년)도 촬영하였다.

전통한옥의 소박하고 심플한 멋이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잘 어울리는 곳이다. 드라마와 영화들을 통해 전통한옥의 분위기와 멋스러움을 해외에까지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도 장욱진 가옥은 보존 가치가 큰 자랑스러운 근대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연한 기회에 마주한 장욱진 가옥을 통해 우리 전통 가옥의 멋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


 <장욱진 화백 작품 감상>

독(A Jar),1949(장욱진미술문화재단)
가족(A Family) 1973(장욱진미술문화재단)
산(A Mountain), 1982(장욱진미술문화재단)


- 장욱진미술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장욱진 화백과 그 작품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장욱진미술문화재단 홈페이지 http://www.ucchinch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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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8년에 다녀온 후 쓴 글이며 오마이뉴스에도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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