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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Mar 23. 2022

틀린 질문에서  옳은 답이 나올 수 없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면서 생각나는 일  

L시네마 씨네커플관 내부 360도로 보기

요즘 좋은 영화로 많이 추천하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았다. 롯데시네마 노원점의 6관 씨네커플관이란 곳에서 보았는데 일반관보다 1000원이 비쌌지만 예매한 사람이 없어 코로나 시국임을 감안하여 예매했다. 관람석도 커플 좌석으로 쾌적하게 되어 있는 데다 이날 이 씨네커플관에서는 우리뿐이라 마치 아내와 나만을 위한 특별한 영화 시사회로 여겨질 정도였다.

영화는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누구나 지겨워하고 멀리 느끼는 수학을 친근하게 여기게 하면서 탈북 수학자와 수포자 학생의 우연한 관계를 통한 인간 드라마였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육 문제와 탈북자 문제 일부분을 함께 엮어 자연스레 풀어가는 사람 이야기라고나 할까.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탈북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의 명대사가 나온다. '틀린 질문에서 옳은 답이 나올 수 없다'는 대사이다. 이 대사 한 마디가 마음에 와닿았다. 이 장면을 보며 공감하는 마음과 함께 우리가 살면서 이런 경우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답도 없는 잘못된 질문을 던져놓고는 정답을 찾는다고 난리를 피우는 군상들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나도 포함해서......


요즘 선거 끝난 후 총리나 장관 후보, 새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민생 문제는 전혀 나오지 않고 10여 일 동안 대통령이 청와대 들어가지 않고 어디로 옮기느냐는 문제만 계속 떠들고 있다. 그리고는 답은 용산이다라고 발표해 버린다. 이건 옳은 답이 아니다.


왜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명분이 없고 많은 국민들이 왜 그래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데 선거 과정에서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채 후보자 한 사람의 의견으로 불쑥 내던져진 문제를 끼워 맞추려고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5년 전에도 광화문 이전 주장이 나왔으나 취임 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이 검토한 결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철회하였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다 검토했는지 아니면 소통의 상징성 있는 광화문을 일단 끄집어내어 청와대 옮긴다는 주장만 했는지 알 수 없다.


과연 제대로 검토한 사안인지는 작금의 행태로 보아 답이 나오는 듯하다. 짐작컨대 당 내에서도 건축, IT, 도시계획, 행정, 안보 등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5년 전 광화문 이전을 철회하게 한 검토의견도 제대로 챙겨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어떤 이유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후보자 한 사람이 탈청와대 문제를 내놓고 거기에 답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진행하지 않았을까? 지난번에 광화문으로의 이전에 안되었던 이유까지 충분히 검토하고 공약한 것이라면 당선되자 말자 바로 충분한 검토 과정도 거치지 않고 폐기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용산으로의 이전은 어찌 그리 빨리도 대안으로 나와서 며칠 만에 확정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겨를도 없이 실무자의 한번 방문 후 며칠 만에 방 빼라는 통고를 할 수 있었다면 이미 용산으로 정해놓고 선거기간에 가지도 않을 광화문을 공약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선거 중에는 소통의 상징성 있는 광화문을 얘기하더니 이제는 소통은 전혀 안될 것 같은 용산으로 간단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무조건 옮긴다고 하는 제왕적 권력의 불통이다. 어디로 옮겨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왜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먼저 옳은 답을 찾은 후에 풀어야 할 문제이다.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으면 '제왕적 권력'이 되어 '소통'이 안된다는 말로 퉁치는데 지금 하는 제왕적 불통의 모습을 보면 장소가 원인인 것 같지는 않다.


그 질문에 답을 찾더라도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진 국민들의 민생을  선거기간에는 그렇게나 걱정하면서 50조 운운하더니 당선 후 10여 일 동안 그것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청와대는 지금 당장 옮겨야 하고 그곳은 봄꽃 지기 전에 국민에게 개방해야 한단다. 지금 살기 팍팍한 국민 중에 꼭 5월 10일에  청와대 꽃놀이 갈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청와대를 옮기든, 고치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때라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옳은 질문이 되지 않겠는가. 지금 이루어지는 질문은 이러한 조건이 전혀 갖추어지지 못한 틀린 질문이기에 옳은 정답을 찾을 수가 없고 이미 정해진 출제자의 의도에 맞춘 답만이 존재할 것이다.


청와대는 그 자체가 역사적인 공간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유일한 대통령 공관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그곳에서 집무를 하면서 전문가들과 상의하여 그곳의 문제점을 고치든지 아니면 정말 좋은 곳에 다시 짓든지 하면 될 일이다. 앞으로 또 새 역사를 만들어 갈 역사적 공간을 그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5년 살고 갈 사람이 틀린 질문에 끼워 맞추듯 아무렇게나 정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건축가도, IT전문가도, 도시계획 전문가도 아니지 않은가?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문제를 출제하면 그게 올바른 문제가 될 수 있겠는가. 이런 식이면 5년마다 옮겨야 한다는 공약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틀린 문제에는 애초에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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